미군에 의해 사망한 오사마 빈 라덴의 최대 실수는 ‘다양성’으로 대변되는 미국 사회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1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타임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1일 빈 라덴의 사망을 선포한 날 백액관 밖에서 환호하는 군중들 속에 흑인과 아시아인 뿐 아니라 무슬림 청년들도 다수 섞인 장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이 같은 풍경은 빈 라덴 거처 습격만큼 그를 당황시켰을 것이며 미국을 향한 빈 라덴의 전쟁이 왜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타임은 빈 라덴이 9ㆍ11 테러를 일으키면서 미국이 이에 과민반응해 무슬림 세계와 소모적인 갈등을 일으키고 미국이 결국 파산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전했다. 테러 전문가인 다비드 가텐스타인-로스도 “빈 라덴은 아랍의 전사들과 아프간 무자히딘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무너뜨렸듯 알카에다도 미국에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믿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은 대 테러 전에 3조 달러 이상을 소모함으로써 재정적자 국가로 전락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에즈라 클라인은 “미국의 어려움은 상당 부분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라크를 침공할 필요가 없었고 우리가 감당 못할 감세안을 통과시킬 필요도 없었다. 빈 라덴은 파키스탄의 벙커에서 우리의 경제적 고통을 즐거워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서 빈 라덴의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했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아프간을 침공했을 당시 구 소련처럼 미국의 경제도 쇠락하리라고 기대했다는 것이다. 타임은 미국 인구 성장률이나 출생률은 적어도 다음 세대까지 경제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높고 구글어스, 아이폰,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기술혁명으로 세계를 바꾸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타임은 이민자들의 성장이 미국의 잠재력을 책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버드대 조셉 나이 박사는 ‘권력의 미래’란 자신의 저서에서 “2005년 경 실리콘 밸리 기업의 25%는 중국과 인도 태생의 기술자들이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고, 브루킹스 연구소도 2009년 조사를 통해 고학력자들 가운데 특허권 신청을 내는 사람들이 미국 출생보다 3배 더 많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나이 박사는 “미국의 가장 장기적인 전략적 자산은 세계 각지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창조력을다양한 문화로 녹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은 미국이 테러 전보다 덜 개방되고 덜 확신에 차 있지만 이민자들의 후손들 덕택에 더 다양해지고 젊어졌다면서 “만일 정치권이 외국 공포증에 집착한다면 이민자들에게서 거둔 열매를 잃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