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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로에 선 민주당,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
40대 중산층의 지지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분당 재보선에서 승리한 후, 민주당내에서 이념논쟁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는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

어정쩡한 입장으로 지난 4일 한-EU FTA 비준안 처리 보이콧도 이같은 고민의 결과로 풀이된다. 손 대표는 당시 “충분한 보완대책 없이 FTA를 통과시키는 것은 중산층의 바람이 아니다”며 “FTA 문제를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의 흐릿한 행보는 민주당의 이념 노선 결정과 결부된다. 향후 한미 FTA 비준 등 쟁점을 놓고 민주당이 기로에 놓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논쟁이 시작됐다. 한-EU FTA 비준안 처리에 반대했던 천정배 최고위원은 최근 “민주당이 좀 더 명확하게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관료 출신의 강봉균 의원은 “진보냐, 보수냐 하는 것을 획일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사회가 복잡하다”며 “북유럽 보편적 복지의 장점을 추구하면서도 경제 발전은 기업의 활동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야권연대가 진행될수록 일부 의원들 사이에는 “이러다 ‘민노당 2중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쓸까 두렵다”, “중간층을 놓치는 순간 대선도 어려워지게 된다”는 발언도 나온다. 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등의 정책을 많이 받아들일 경우, 민주당의 중도 노선을 따르는 지지층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이념 논쟁이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나라당이란 굳건한 보수 정당이 있는 정치지형에서 반대 진영에 위치한 민주당은 이념상 우클릭할지 좌클릭할지 고민해왔다.

정권 초반 이명박 정부가 경제 성장ㆍ중도 실용 노선을 표방할 때는 민주당이 왜 중도 기조를 선점하지 못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세균 체제에서 제안된 중도진보 노선의 ‘뉴민주당 플랜’은 당내에서 우클릭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반대로 지난 해 보편적 복지 정책을 들고 나왔을 때는 좌클릭 논쟁이 벌어졌다.

손 대표는 취임 후 지금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노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정기국회 때 민생예산 반영을 두고 한나라당과 예산안 합의가 틀어져 당내에서 장외투쟁과 등원을 놓고 내홍을 겪었을 때 손 대표는 본인만 장외투쟁을 하고 나머지 의원은 등원토록하는 혼재된 방식을 추진했다. 대선주자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가운데, 복지문제를 중심으로 이념문제는 앞으로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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