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의 손에 사살될 당시 무장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미국은 빈 라덴이 무기를 들고 격렬히 저항해 불가피하게 사살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럽 일각에서는 빈 라덴을 사살하는 대신 생포해 법정에 세웠어야 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살 순간…백악관 관리들의 오락가락한 설명=3일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이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급습했을 당시 빈 라덴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무장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빈 라덴이 자신의 부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했다는 주장도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카니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특수부대원들은 빈 라덴 은신처에 진입 후 1층에서 교전 끝에 알카에다 요원 2명, 여성 1명을 사살했다. 이어 위층을 수색하던 중 빈 라덴을 발견했다. 당시 빈 라덴과 함께 있던 그의 부인이 특수부대원에게 덤벼들었다가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이후 빈 라덴은 머리,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카니 대변인은 무장하지 않은 빈 라덴을 생포하지 않고 굳이 사살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상당한 저항이 있었고 그곳에는 빈 라덴 외에 무장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빈 라덴이 어떤 방식으로 저항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죽은 여성도 빈 라덴의 부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이 브리핑에서 빈 라덴이 무기를 지니고 저항했으며, 부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해 죽음으로 몰았다고 밝힌 것과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카니 대변인은 “군사작전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가 조각조각 들어오다보니 혼선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안보팀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 것과 빈 라덴 사살 의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들은 네이비실에 내려진 지시는 빈 라덴 생포나 사살이었다고 밝혔지만, 빈 라덴이 작전 도중 살해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빈 라덴이 손을 들고 백기를 흔들며 총을 쏘지 말라고 애원하면서 비굴하게 항복할 경우에나 생포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익명의 한 미국 관리는 빈 라덴의 은신처에 대한 급습은 ‘살해작전(kill operation)’으로 불렸다고 밝혔다.
만일 빈 라덴을 생포할 경우 재판 등 신병처리 과정에서 국내외적 논란이 일수 있고, 이슬람 급진세력의 반발과 공격이 거세질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관련 빈 라덴의 죽음이 국제법적으로 국가에 의한 개인 암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오바마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3일 현지 방송에 출연해 미군 작전은 분명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빈 라덴 사살은 아랍세계에 엄청난 결과를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신 ‘끔찍’…사진 공개도 논란=빈 라덴 사살 정당성 논란 뿐만 아니라 시신 사진을 공개할지 여부를 놓고도 오바마 행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프간 탈레반 등 빈 라덴의 죽음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사진을 공개해야 하지만 사진이 너무 끔찍해 반미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이와관련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빈 라덴 사진이 공개될 것이라며 “사진이 공개되면 어떤 의심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신 사진보다는 덜 논란거리인 빈 라덴 수장(水葬) 과정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항해 중에 죽은 사람 외에 수장은 이슬람 전통이 아니라는 무슬림의 반발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