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어린이들 각양각색 장래희망
스포츠 좋아하는 일본야구 제치고 축구선수 1위
남아공월드컵 16강 계기
연예인이 대세인 한국
억눌린 욕구발산 심리
“성공확률 낮아 비현실적”
기업가 꿈꾸는 중국
가파른 경제성장 반영
가장 싫은 직업은 농민
사는 것도 다르듯 어린이들의 꿈은 나라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식당 주인이 꿈인 일본=일본 제일생명 설문에서 일본 여자 어린이의 희망은 14년째 식당 주인이 차지하고 있다.
음식점 주인은 한국 어린이들에게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장래희망이지만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가 있다. 서양 음식문화가 발달하면서 TV나 잡지 등의 매체에서 유명 레스토랑이나 맛있는 케이크전문점이 소개되는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저트 문화의 유행은 과자나 케이크를 굽는 파티셰에 대한 직업선호도를 높이기도 했다. 일본의 가방 메이커 ‘구라레’가 최근 실시한 초등학교 입학생 설문조사에서는 여자 어린이의 희망 직업 1위로 ‘빵과 케이크, 과자가게 주인’이 선정됐다.
이 밖에도 선생님, 간호사 등 전통적인 여성 직업이 꾸준한 인기를 보였고 디자이너, 약사도 새롭게 10위권에 진입했다.
남자 어린이의 경우는 ‘축구선수’가 7년 만에 ‘야구선수’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 대표 선수들이 대활약하며 16강에 오른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외에도 작년 26위였던 가수, 탤런트가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인기 아이돌그룹 아라시(嵐) 열풍과 젊은 코미디언에 대한 동경이 아이들에 좋은 인상을 심은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지구촌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풍납동 영어마을에 모인 전 세계 어린이들은 저마다의 꿈을 이야기했다. 지구촌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은 나라마다 각양각색으로 나타났지만 순수성과 상상력을 앞세우는 모습은 같았다. [헤럴드경제DB] |
미국에서 소방관이 인기 있는 이유는 고등학교 졸업만으로도 충분히 지원이 가능하고 직장보험, 퇴직연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 외에도 9ㆍ11 테러 이후 인명을 구조하는 공공서비스 분야의 직업이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연예인이 대세인 한국=한국 어린이의 장래희망은 2007년부터 연예인이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07년 야후코리아의 조사에서 가수가 1위를 차지한 이래 전문 학습사이트 에듀모아가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연예인이 선두를 지켰다.
에듀모아가 초등학생 954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19.7%(188명)가 연예인이라고 답했다. 이어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17.5%)과 선생님(13.6%)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고, 예술가(12.6%), 스포츠선수(11.4%), 공무원(11%), 학자(10.2%), 사업가(4%)가 그 뒤를 이었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이유는 ‘멋져 보여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대해 아동학자들은 “억눌린 욕구를 발산하고자 하는 심리와 화려함에 대한 동경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성공확률은 매우 낮아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래희망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의 질문에는 ‘뚜렷한 장래희망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수가 59.5%에 달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결정을 못 내렸다’는 응답도 21.7%에 달했다.
아울러 자신의 장래희망에 대한 부모님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50.1%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신다’고 응답했다. 이어 ‘찬성은 하지만 직접적으로 도와주지는 않는다’가 25.1%, ‘반대가 심하고 다른 것을 권유한다’는 응답도 7.1% 나왔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한 질문에는 46.4%가 ‘우수한 성적’이라고 답했고, 바른 인성(24.8%), 리더십(15.1%), 멋진 외모(10.6%), 경제 여건(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CEO가 희망인 중국
=중국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1위는 기업 CEO로 나타났다. 베이징청소년연구소가 초등학생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1%가 ‘어른이 되면 CEO가 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어 연예인이 20.5%로 기업가를 바짝 추격했다. 3위는 응답자 가운데 18.5%가 답한 과학자가 차지했다. 반면, 가장 되기 싫은 직업으로는 농민, 노동자, 교사가 꼽혔다.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에서는 변호사, 의사, 선생님 등 고전적인 직업이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인력 전문기업인 아데코싱가포르가 7~14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변호사는 2년 연속 최고의 직업에 올랐다.
또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어린이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돕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기개발자, F1(포뮬러원) 드라이버, 게임평론가, 연예인도 희망 직업에 이름을 올렸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