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9일 미국 하원의원 방문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을 미국이 먼저 비준해달라고 요청했다.

게리 로크 상무장관과 찰스 랭겔, 짐 맥더모트, 그레그 홀 등 미 하원의원 방문단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차례로 방문해 한ㆍ미 FTA 비준 문제 등 양국간의 현안 및 의회교류 문제를 논의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표최고위원실에서 방문단을 만나 “한-미 FTA 국회 비준에 대해서 우리 당 전원은 절대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한나라당은 야당에서 몸으로 막는 상황에서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지만 미국 의회에서 늦어지는 바람에 그 열기가 다 식어버렸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미국 의회에서 좀 더 주도적으로 우리보다 한 걸음 앞서서 진행해주고 우리가 한 발 뒤에서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자리에는 심재철 정책위의장과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 강석호 농림식품위원회 간사, 배은희 대변인이 배석했다.

로크 장관과 하원 방문단은 이어 민주당 대표실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와 천정배 최고위원, 전병헌 정책위의장, 우제창 정무위원회 간사 등을 만났다.

박 원내대표는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아 당내에서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미 FTA 진행상황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EU FTA는 왜 논쟁이 되고 있느냐”는 미 하원의원의 질문에 박 원내대표는 “낙농가와 축산농가 피해대책이 미비하고 SSM(기업형 슈퍼마켓)규제법이 무력화되는 것에 대한 대책마련도 제대로 안돼 있다. 대책이 있으면 당장 통과시키겠지만 6월에협상을 더 진행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우제창 의원은 “미측이 FTA 체결을 먼저 하고 우리에게는 시간을 줘야 한다. 당과 국민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 하원의원들은 이에 대해 “우리들이 먼저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며 “미국 내에도 반대가 많지만 양국 정치인들은 오랜 동맹관계를 맺은 국민들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화 기자@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