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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에선 악수·등뒤엔 비수…상대 약점 찌르며 한표 호소
거칠어졌다. 아니 더 거칠게 다뤄야 한다. 여야는 상대방 약점을 들춰내며 “나를 뽑아달라”고 유권자를 자극하고 있다. 후보에겐 절실하지만, 대중은 혐오하는 네거티브.

25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가운데 치러지는 모의고사 성격의 4ㆍ27 재보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결과 예측은 단지 인간의 영역일 뿐. 승패의 바로미터 분당을에서는 예측 불허의 초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각각 ‘한나라당 우세’ ‘야권 우세’의 흐름을 보여온 강원과 김해을에서도 2위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봤다.


분당乙

오차범위 넘나드는 초박빙 혼전
지지층 결집 안간힘속 비방전 치열

허위사실 공표 및 비방 혐의로 고소ㆍ고발전이 한 차례 휩쓸고 간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서는 막바지 비방전ㆍ심리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25일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손학규 (대표) 때리기’에 화력을 쏟았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후보를 겨냥, “대권욕에 사로잡혀 재보선을 대선의 지렛대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분당에 가서 선거운동을 하다보니 손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두 번씩이나 경기지사 선거를 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손 후보를 한나라당 후보로 착각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며 “어쨌든 (분당 주민들이) 기호 1번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주시면 되겠다”고 했다. 

손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선거 전망에 대해 “이번 선거는 우리가 이대로 갈 것이냐, 바꿔야 할 것이냐에 대한 선택인데 분당에서 바꿔야 한다는 의식이 높고 변화를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2일 SBS TV 토론회가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상대방(강재섭 후보)이 요구한 것을 다 들어줬는데 무산되서 아쉽다”며 “절차를 합의한 후에 한참 있다가 주제 변경을 요청했고, 이를 다시 수용했는데 무산됐다”고 말했다.

재보선 전체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이번 재보선은 이명박 정부 임기 3년 실적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란 중간평가적 성격을 갖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그런 면에서 보면 야당 연합과 단일화 연대가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 후보 측은 이날 “손 후보의 말대로 분당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각종 조사에서도 강 후보가 손 후보를 점점 더 큰 격차로 앞서고 있고, 선거사무실에도 더 열심히 잘하라는 격려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어제 교회 4곳 등 현장을 돌면서도 표심 변화가 확실히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4ㆍ27 재보선 최대 격전지인 분당을 선거의 마지막 판세는 그야말로 ‘초박빙’이다. 여론조사별로 양 후보간 우열이 엇갈리고 있어 여야 모두 기대감과 불안감이 혼재돼 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강원도지사

“네거티브에 선거 더럽혀지고 있다”
맞고발戰 등 막판 과열·혼탁 극심

여야의 상호 비방ㆍ폭로전은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극에 달하고 있다. 강릉에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의 불법선거운동 적발을 시작으로 여야의 네거티브 공방은 더욱 더 거칠어지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5일 “야권은 국민이 혐오할 최악의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야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안 대표는 특히 “강원도의 경우 엄 후보에 대한 도민의 지지가 굳건해지자 민주당은 정책보다 네거티브 전략으로 바꿨다”며 “민주당은 부재자 신고, 비방 유인물 살포, 문자메시지 살포 등의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고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엄 후보 자원봉사자의 잘못된 전화 홍보는 엄 후보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 민주당은 이를 갖고 엄 후보를 흠집내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고 필사적”이라며 “강원도지사 선거는 지금 엄 후보에 대한 출처 불명의 흑색선전, 유언비어 유포로 더럽혀지고 있어 개탄스럽다. 수사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범인 색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문순 후보는 엄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 의로 이날 오전 춘천지검에 고발하면서 이번 사건을 역전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자원봉사자가 1억원을 썼다는 건 어떤 국민도 못 믿는다. 한나라당은 불법선거에 대해 힘없는 30명의 주부에게 죄를 전가하고 있다”면서 “반성할 줄 모르고 서민에 뒤집어씌우는 옹졸하고 비겁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여당은 “선거전이 1% 초박빙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최 후보 쪽이 유권자에게 보냈다”며 최 후보 측을 맞고발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적발될 때 어떻게 방송사 카메라까지 동원됐는지 궁금하다. 사전에 준비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런 사건을 보면 야당이 침소봉대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게 있다”고 덧붙였다.

막판에 불거진 이번 사건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야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강릉시에서 의원총회를 여는 전면적인 공세에 나섰고, 한나라당은 스타급 의원 20여명을 동원해 연일 강원도 표밭을 훑고 있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경남 김해

특임장관실 선거개입 의혹 파문
“결국은 고정표 싸움”勢몰이 사활

여야가 막판 결집표 확보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국민참여당이 불법 선거개입을 지적하며 공개한 특임장관실 직원의 수첩이 경남 김해을 보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민참여당 측은 특임장관실 직원의 수첩 입수가 박빙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면서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각 캠프는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자칫 네거티브 전략으로 비칠 경우, 표심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 측은 “우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인 데다, 김해 유권자들에게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며 선거에 끼칠 영향에 대해 축소평가했다.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 측도 “수첩 입수를 가지고 막판 선거판을 흔들어보려고 한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며 “이것이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도 파악은 안 된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놨다.



선거 결과와 관련해서는 여야 모두 자기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에 끌어오느냐가 최우선 과제라고 보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이제 거의 다 따라잡은 것으로 보고 이틀간 막판 추격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후보 측은 “한나라당 텃밭이었던 영남인 만큼 결국 결집표 대결이 됐다”며 “어느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더 데리고 오느냐의 싸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특임장관실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 여야는 중앙당 차원에서 공방을 주고받았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특임장관실 소속) 신모 씨가 (김해에) 내려온 게 확인됐다”며 “선관위가 신 씨를 조사하면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특임장관실 선거 관여 의혹에 대해 “그곳은 자치단체장도 민주당 소속이고 도지사도 민주당 성향인데, 관권선거를 한다는 것도 침소봉대 아니냐”고 역공을 시도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특임장관실의 경남 김해을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어제부터 조사에 들어갔다”며 “경남선관위 명의로 이봉수 후보 측에 논란이 되는 수첩을 제출해 달라고 협조 요청했고, 특임장관실에도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고 이날 밝혔다.

특임장관실은 이에 대해 “김해을 선거구의 이봉수 후보 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선관위에 조사 의뢰가 된 만큼 선관위가 사실 여부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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