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질 것 같던 구제역이 잔불처럼 다시 피어나고 있다. 아직 완전 박멸되지 않은 구제역 바이러스에 의한 국지적 발병으로 보이는 만큼 지난해 같은 확산은 우려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19일 경북 영천시 금호읍의 농가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됐던 돼지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 구제역 양성 판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농가는 지난 17일 26일 만에 구제역이 재발생했던 경북 영천의 돼지농장에서 약 2.4㎞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정부가 지난 12일 구제역 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주의’로 하향조정한 뒤 일주일 만에 두 번째 발생이다.
다 잡힌 것 같던 구제역 소식이 다시 들려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최근 발생한 구제역은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구제역이 아니다. 두 건 모두 겨우내 한반도를 뒤덮었던 구제역과 동일한 ‘O형 타입’이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유입이나 기존 바이러스의 변형이 아닌 기존 바이러스가 잔존해 신규 발병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의 추가 발병 모두 태어난 지 두 달이 채 안되는 새끼돼지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도 포인트다.
보통 갓 태어난 새끼돼지에는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하지 않는다. 아직 몸이 바이러스를 견딜 만큼 성장하지 않아 예방접종을 하면 바로 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통은 임신한 어미돼지에 분만 3~4주 전 백신접종을 해 태어날 새끼에 자연스럽게 항체가 ‘이항’되게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연초 이후 전국적인 차원의 일괄접종이 이뤄지면서 많은 모돈의 출산시기에 맞게 접종할 수는 없었다. 농식품부 고위관계자는 “전국에서 긴급 백신접종을 시행하다보니 시기를 놓친 일부 새끼돼지에서 항체 형성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백신접종 과정에서 매뉴얼대로 집행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원래 돼지는 지방이 적은 목부위에 근육주사 형태로 백신을 놓게 돼 있는데, 많은 영세 농장주가 주사를 놓기 편한 엉덩이 부분에 접종을 실시했다는 지적이다.
일단 농식품부는 “예의주시하되 경거망동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유입이 아닌데다 백신정책 실시 시 간헐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는 사례가 해외에서도 일반적인 만큼 차분하게 추가 확산을 방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방역당국은 우선 구제역 발생 농장과 인근 농장에 대해 소독과 임상관찰을 강화하고 집중소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에 이미 예방적 백신접종이 이뤄진 만큼 현재로서는 지난해와 같은 전면적인 구제역 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