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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셜커머스 ‘반값’ 유혹..지갑은 ‘텅텅’
#. 대학생 A(25, 남)씨는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2장을 싸게 구매했다. 기념일을 맞아 여자친구와 함께 갈 생각에 들떴다. 하지만 시험 기간에 접어들면서 쓸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았다. 그렇게 잊고 지낸 자유이용권을 다시 떠올렸을 때는 이미 사용 기간이 지난 뒤였다.

#. 직장인 B(28, 여)씨는 건강음료 체인점의 반값 쿠폰을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회사 근처에 지점이 있어서 점심 시간에 이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쿠폰을 쓰려고 가게를 찾았을 때는 해당 지점에서는 쓸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쿠폰을 확인해보니 이용할 수 있는 지점이 몇 개로 한정돼 있었다. 인터넷으로 사용 가능한 지점들을 찾아봤지만 모두 멀어서 쿠폰을 쓸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아침에 출근해 메신저에 접속하는 순간부터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반값’ 유혹이 시작된다. 메신저 팝업 광고창은 물론, 포털사이트 배너광고, 이메일 광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까지 소셜커머스 광고가 둥지를 틀지 않은 곳이 없다.

현재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에는 500여개 이상의 업체들이 난립해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우후죽순 늘어갈 수록 소비자 심리를 파고드는 상품 선정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업체들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소셜커머스 빅3인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는 최근 TV 광고까지 진출했다.

“OO랜드 역대 최저가” “OOO 의류브랜드 10만원 상품권을 5만원에” “한우세트가 단돈 2만6000원?” “OO 커피 1+1 구매 찬스” “피부관리코스 70% 할인가”

파격 세일가, 반값 광고의 유혹은 상당하다.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이 24시간으로 한정돼 있고 인기 상품의 경우 몇 시간 만에도 품절되다보니 “일단 사놓고 보자”는 생각부터 든다. 그렇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계획에 없던 ‘지름신을 영접’하고,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구매했다는 뿌듯함에 들뜬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대 소비자 중 10명 중 6명은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위메프가 오픈 첫날 판매한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은 10만 장 이상 팔려나가 하루 매출만 15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티켓몬스터를 통해 판매된 스무디킹의 스무디 반값 쿠폰은 15만 장이 완판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물론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잘 이용하면 주머니 사정도 살피면서 기분 좋은 데이트와 가족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대다수 업체들에게 상품 선정이 곧 경쟁력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상품들도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 또 소셜커머스 사이트의 판매 규모가 커지고 소비자들이 까다로워지면서, 쿠폰 소지자를 홀대했던 과거의 폐해도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들린다.

하지만 무턱대고 ‘반값 유혹’에 현혹됐다간 알뜰한 소비를 위한 선택이 과소비의 원흉이 될 수도 있다. 쿠폰을 구매해놓고 사용 기간을 넘겨버리거나, 이용 가능한 매장이 멀어서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의류상품권의 경우 매장에 사고싶은 옷이 없어도, 다시 발걸음 하기 귀찮아서 필요치도 않은 물건을 집어드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소셜커머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이 자사의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불행한 일”이라며 “싸다고 무조건 살 것이 아니라 쿠폰을 쓸 수 있는 기간이나 매장 위치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쿠폰을 구매했다면 사용 기간을 잊지 않도록 알람을 설정해 놓는다던지, 구매 리스트를 메모해두는 편이 좋다. 만일 기간 내 사용하지 못할 것 같으면 각 소셜커머스 사이트의 양도 게시판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미 기자 @blue_knights>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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