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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IST 학생 4명 이어 교수까지 자살...왜?
“도대체 왜..”

올들어 4명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10일에는 교수까 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되자 이들을 사지로 내몬 원인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다.

10일 KAIST에 따르면, 이날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 모(54) 교수는 연초부터 KAIST 내부 감사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 등을 받으며 심적 부담을 크게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연구인건비 문제 등과 관련해 지난 8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검찰 고발 방침을 통보받고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KAIST 관계자는 추정하고 있다.

올해 시무식에서 ‘올해의 KAIST인상’까지 받는 등 학자로서 연구에만 몰두했던 박 교수가 내부 감사에 이은 교과부 감사, 앞으로 계속될 검찰조사 가능성에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KAIST 교수협 관계자는 “당황스럽다. 과학기술계에 몸담는 이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인 듯하다”며 “실적 위주의 학교 시스템이 KAIST 사람들을 구석으로 내몰고 있다. 효율성을 잣대로 몰아붙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남표 총장의 개혁 정책이 박 교수를 죽음으로 내몬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철밥통’ 정년을 보장했던 테뉴어 제도를 획기적으로 손보고, 100% 영어 강의를 실시해 교수사회도 경쟁 속으로 내몰았다. 2006년 취임한 서남표 총장은 테뉴어 심사를 강화해 4년 동안 모두 148명의 카이스트 교수 가운데 24%를 탈락시켰다. 이는 ‘철밥통’으로 불렸던 전체 한국 대학교수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길만한 사건이었다.

또, 100% 영어 강의도 학생 뿐만 아니라 교수 사회를 힘들게하는 경쟁 우선 정책 가운데 하나다.

학생들은 “외국인 교수나 젊은 교수들의 영어강의는 그나마 들을 만하다”면서도 “한국어로는 명강의를 하시던 나이 드신 교수님들이 영어강의를 시행한 이후에는 파워포인트를 읽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교수님들도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 하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숨진 박 교수는 2007년 테뉴어 심사를 통과했고, 탁월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최우수 교수로 선정됐기 때문에, 서 총장의 개혁 정책에 따른 불상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KAIST 교수는 “박 교수가 연초부터 KAIST 내부 감사와 교과부 감사 등 조사를 많이 받아서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잇따라 목숨을 끊은 학생들의 경우 징벌적 수업료 징수와 전 과목 100% 영어강의, 입학사정관제 등 서남표식 개혁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1월 숨진 조모(19)군은 전문계고 출신으로 KAIST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입학했으나, 이번 학기 일부 과목에 대해 학사경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7일 숨진 박모(19)군의 경우도 ‘등록금 만큼은 내면 안 된다, 부모님께 미안해서 안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것으로 전해지는 등 ‘징벌적 수업료 징수’가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KAIST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수업료를 내지 않지만 2007학년도 신입생부터는 학점 4.3 만점에 3.0 미만인 학생은 최저 6만원에서 최고 60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했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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