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공습중단을 호소했다. 하지만 횡설수설한 내용에 맞춤법과 철자를 수두룩하게 틀린 이 서한에 대해 미국 지도부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AP통신은 5일 카다피가 오바마에게 보낸 서한을 입수해 보도했다. 카다피는 3페이지짜리 서한을 통해 “나토의 공습은 작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부당한 전쟁”이라며 공습 중단을 요청했다. 자국에 대한 나토군의 공습을 비난하며 이를 멈춰달라고 요구하는 와중에도 카다피는 오바마에게 “우리는 여전히 당신이 미국 대통령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내년 재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카다피는 “민주주의 사회는 미사일과 공습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군은 알카에다의 일원”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리비아가 나토군의 공격으로 물리적인 타격보다 도의적으로 더 상처를 입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AP는 이 서한이 격식을 갖췄지만 부자연스러운 영어로 씌여졌다며 상당한 문법적 오류와 틀린 철자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의 친애하는 아들, 각하, 바라카 후세인 아부 오우마마(Our dear son, Excellency, Baraka Hussein Abu oumama)”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Barack Hussein Obama)마저 틀렸다. 또 “미국의 이름으로 자행된 당신의 개입은 반드시, 그래서 마침내 나토는 리비아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어색한 문장들도 발견됐다. 카다피는 편지 말미에 “혁명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라고 적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 서한에 대해 “말보다는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일축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가 필라델피아 행사 참석을 위해 에어포스 원에 탑승해 이 서한을 받았다고 확인하며 이번 편지가 처음은 아님을 상기시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서한과 관련 “카다피는 권력을 내놓고 리비아에서 떠나야 한다”며 즉각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커트 웰던 전 미 하원의원도 이날 카다피의 퇴진을 설득하기 위해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 도착했다. 웰던 전 의원은 과거 두차례 리비아를 방문한 적이 있으며 이번 방문은 카다피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한편 리비아 반군측이 위탁판매할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이날 처음으로 토브룩항을 출발했다. 하지만 이날 카다피군이 반군이 점령한 동부 유전시설을 공격해 일부 생산이 중단됐다. 나토군도 리비아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최대 유전지대에 폭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유전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