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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발유값, 올릴땐 ‘확’-내릴땐 ‘찔끔’…"사실이네"
석유제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근거가 있었다.

6일 이관섭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석유가격에서 비대칭성이 나타난 사례가 상당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석유가격 비대칭성이란 국제유가가 오를 때와 내릴 때 국내유가의 조정폭이 다른 현상을 뜻한다. 올릴 때 ‘확’올리고 내릴 때는 ‘찔끔’내린다는 것이다.

원료를 사서 가공해 팔다보면 원가 상승분을 완제품 가격에 정확히 반영하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석유가격에서 비대칭성이 문제가 된 것은 방향성과 반복성 때문이다. 꾸준하게 정유사나 주유소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민관 합동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팀의 연구 결과 2008년 5월에서 2010년 12월, 2009년 1월에서 2011년 2월까지 정유사 석유제품 값과 국제 가격 간에 비대칭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석유제품 판매가와 국제가의 경우 분석 기간과 상관 없이 비대칭 현상이 발견됐다. 이번 연구는 윤원철 한양대 교수, 허은녕 서울대 교수, 오선아 서울대 경제연구소 박사, 김형건 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정유사 휘발유 공급가는 국제 휘발유 가격보다 연간 ℓ당 38원, 주 평균 0.73원 높게 책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유소 판매가 역시 국제가격보다 작년 기준 1ℓ에 29원, 주 평균 0.54원 더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 변수를 감안한 수치다. 지경부 당국자는 “정유 4개사의 과점 구조, 정유사와 주유소 간 수직적인 유통 구조 등으로 가격 경쟁이 제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입 과정에서도 가격을 둘러싼 석연찮은 차이가 발생했다. 석유가격 TF팀의 조사 결과 2009년 4월에서 2011년 1월 판매된 휘발유를 기준으로 국내 정유사가 책정한 평균 수출가격은 ℓ당 617원, 내수가격은 688원으로 평가됐다. 1ℓ에 71원이나 국내 판매가가 비싸게 매겨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분석자료에 한계가 있다면서 “내수 판매시 유통비용이 수출시 유통비용보다 ℓ당 40원 정도 높다면 수출ㆍ내수 가격 격차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국제유가, 수출가격 등 다양한 수치를 감안한다면 석유시장의 경쟁촉진, 투명성 강화 등 추가 조치를 통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낮출 여력은 충분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석유가격 비대칭성 자료가 정유사의 담합 등 불공정행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윤원철 교수는 “비대칭성 자료를 가지고 정유사나 주유소가 담합, 폭리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 내릴 수 없다”면서 “마찬가지로 석유가격이 대칭적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정유사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었을 것”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석유가격 비대칭성에 대한 연구는 여러 차례 진행됐다.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연구진마다 비대칭, 대칭 다른 결과를 내놓는가 하면 같은 연구자라 해도 기간이나 비교대상을 무엇으로 하냐에 따라 서로 상반된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범정부 석유가격 TF팀은 ‘비대칭성’에 손을 들어줬지만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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