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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원재료 값이 오를 때 왜 담합이 늘까
제조원가 올라 수익성 하락

가격 올리자니 소비자 눈치

경쟁업체도 상황은 비슷

공동인상으로 손쉽게 해결




얼마 전 식품회사 A사에서 긴급 임원회의가 열렸다. 1년새 곡물가격이 80%나 급등해 제조원가가 크게 올라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A사의 재무 담당 이사는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업 담당 이사는 자사 제품과 타 회사 제품간에 품질 차이가 크지 않아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한 상황이므로 우리만 가격을 올릴 경우 고객을 경쟁업체에 뺏길 것이라며 반대했다. A사 임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제품 가격을 올리자니 매출 감소가 불을 보듯 뻔했다. 

이 때 마케팅 담당 이사가 아이디어를 냈다. 경쟁업체와 짜고 함께 제품 가격을 올리자는 것이었다. 모두가 최선의 묘책이라며 이를 반겼다. A사는 이후 은밀히 경쟁업체와 접촉해 가격의 공동 인상을 제안했고, 원가 상승 압박을 똑같이 느끼던 경쟁사는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이렇게 해서 불법적인 가격담합이 자행됐다.

이 가상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원재료 값이 오를 때 기업들은 담합의 유혹을 쉽게 느끼게 되고, 실제 현실에서도 담합이 많이 발생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두유가격 담합 사건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두유의 원재료인 대두 가격이 급등해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자 업체들은 단독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를 피하려고 담합했다.

두유는 건강음료로 인기가 높고 특히 최근 구제역으로 인해 우유 대용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웰빙식품이다. 소비자들은 두유업체들의 가격인상 담합 때문에 가격을 비교해 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한 당했고, 결국 비싼 값을 지불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건강상의 이유로 우유보다 소화가 잘 되는 두유를 매일 섭취해야 하는 노인과 유아, 환자들이 담합으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물론 원가가 오를 때 기업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가격을 단독으로 인상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경쟁업체와 짜고 담합해 가격을 불법 인상하는 게 문제다.

그런데 경쟁당국이 담합을 치밀하게 적발해내고 이를 엄하게 제재한다면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달라진다. 기업은 담합으로 얻을 이익 뿐만 아니라 적발당할 가능성과 과징금 부과 액수를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만약 기업이 담합으로 인한 기대이익보다 처벌로 인한 기대손실이 크다고 판단하면 당연히 담합을 안 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인식이 기업들에 확산되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가는 질 나쁜 행위인 담합이 사라질 것이다. 경쟁당국이 담합에 대해 엄하게 제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쟁당국의 임무가 경쟁촉진만은 아니다. 시장의 건전한 경쟁은 가격을 안정시키고,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서비스를 개선시키고 결국 소비자 후생의 극대화로 이어진다. 시장의 경쟁 촉진속에서 이뤄지는 소비자 후생의 극대화는 경쟁당국이 달성해야할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다.

그런 차원에서 담합은 시장의 경쟁 촉진과 소비자 후생 극대화를 위해 공정당국이 반드시 근절해야할 부분이다.

아직도 우리 시장 곳곳에는 과거부터 이어진온 담합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영역들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으로도 서민생활 밀접 분야에 대한 담합을 근절하고 소비자 정보제공을 강화하는 노력을 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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