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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탁물가 ‘주범’…체감은 30%이상?
서민들에게 물가상승 4.7%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20~30%는 오른 것 같은데 5%도 안 올랐다니 웬말이냐 싶다. 매일 먹고 마시고 쓰는 체감물가는 엄청 올랐지만 경제규모가 크다 보니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낮아져서 생기는 체감격차 때문이다.

실제로 3월 소비자물가를 29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범’은 농축수산물이다. 전년 동월에 비해 14.9%나 올랐다.

하지만 정책당국의 진짜 고민은 오히려 서비스 물가다. 반년 넘게 고공행진 중인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월보다 0.8% 하락했다. 방향이 아래로 꺾였다. 하지만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비 2.5% 상승하며 2009년 4월 이래 최대폭 상승을 이었다.

상승 내용도 전방위적이다. 자장면 8.1% , 삼겹살 12.8%, 미용료 7.1%, 단체여행비 13.1% 등 줄줄이 오름세다. 
   

서비스는 물가구조의 밑바닥이다. 농수산물값, 기름값 등 다른 가격들이 다 오르고 나서 뒤늦게 상승세를 탄다. 한쪽에서 값을 올리면 따라 오르는 ‘심리적 경향’이 강하고, 한번 오르면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후진을 못하는 기관차’ 같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3.3%나 상승한 것도 서비스 물가 상승이 기반이 됐다.

집세 등을 포함한 서비스 물가가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농축수산물의 비중은 8.8%에 불과하다. 그래서 조금만 올라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훨씬 높다. ‘외식을 하고, 자녀를 공부시키고, 목욕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국민의 기본생활과도 밀접하다.

문제는 서비스 물가 강세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반면에 정책당국이 쓸 만한 카드가 없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인플레 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서비스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실제로 물가지수 구석구석에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교육비가 단적인 예다. 정부의 손 안에 있는 고등학교 납입금은 17.3%나 감소했지만, 민간이 결정하는 사립대 등록금과 유치원 납입금은 각각 2.4%, 2.8% 올랐다. 때문에 당분간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대외 상황도 여전히 안개 속이다. 기획재정부는 ‘소비자물가 동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물가는 올 4월 이후 서서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단서가 달렸다.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고유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서비스 요금 등 국내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이후 예상되는 공공요금 줄인상도 물가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조현숙ㆍ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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