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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패형 자산관리 수단 '헤지펀드'>앞서거니 뒤서거니 방향성에 베팅…불완전한 예측…기계적 전략 각광
④ 글로벌매크로와 CTA
최근 국내에 본격 판매되고 있는 헤지펀드 전략이 바로 글로벌매크로와 원자재거래자문(CTA·Commodity Trading Advisory)이다. 글로벌매크로는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1997년 아시아 금융시장을 공략했던 전략이며, CTA는 국내에 헤지펀드가 처음으로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인기를 끄는 전략이란 점이 아이러니하다.

두 전략은 모두 거시경제(Macro) 전략군에 속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딴판이다. 글로벌매크로는 시장을 미리 예측해 길목을 지키는 반면, CTA는 시장의 추세를 철저히 뒤쫓아가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전략이 한 전략군에 속하는 것은 1980년대 앞서건, 뒤서건 간에 시장의 방향성에 베팅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리서치(HFRI) 분류에서 ‘자유재량 테마(Discretionary Thematic)’에 해당하는 글로벌매크로의 예를 들어보자. 2008년 3월 중순 베어스턴스 붕괴로 미국의 금융위기 서막이 울렸을 때 이를 미리 예측한 글로벌매크로 펀드가 있다고 치자. 미국 금융기관의 손실을 메우기 위한 달러수요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 달러자금의 환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펀드는 달러 롱, 원화 쇼트 포지션을 설정한다. 당시 원/달러환율은 1000원였지만 1년 뒤인 2009년 3월 초 1600원에 육박한다. 만약 이때 정확히 포지션을 청산했다면 달러에서 60%, 원화에서 60% 등 120%의 수익이 가능하다. 차입(leverage)를 사용했다면 ‘120%×레버리지비율’만큼 수익률이 올라갈 수 있다. 가공할 수익률이다.

글로벌매크로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고, 향후 추이가 예상되는 자산에 포지션을 최대한 확장하기 위해 차입을 일으켜 수익을 극대화한다. 예측에 대한 정확성과 타이밍이 생명이다. 반대로 예측이 틀렸을 경우 손실은 차입 탓에 무시무시할 정도다. 1949년 알프레드 윈슬로 존스가 정의한 헤지펀드의 개념 ‘공매도를 이용해 자신의 포트폴리오 내 위험을 효과적으로 회피(hedging)하는 것’과는 상당히 벗어나 있다.


21세기 들어 시장의 강화된 투명성과 개선된 정보흐름은 글로벌매크로 전략을 궁지로 몰았다. 다른 시장참여자들의 예측능력이 크게 개선되면서 글로벌매크로전략이 독차지하던 투자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의 예측과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까지 생겼다.

인간의 예측능력이 제한되자, 철저히 시장을 존중하는 기계적 투자전략이 득세를 하게 된다. 바로 CTA, 다른 말로 선물전용펀드(Managed Futures)다. 이 펀드의 전략 바탕은 시장에는 추세가 존재한다는 데 있다. 여기에 쇼트 개념을 도입해 상승추세뿐 아니라 하락추세에도 수익이 나도록 설계됐다. 주식에서 추세를 나타내는 이동평균선을 이용해 매매하는 전략을 떠올리면 쉽다.

유동성을 위해 투자방법은 선물을 택했고, 특정 자산군으로부터의 위험분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백 가지의 기초자산에 동시에 투자한다. 수학자나 공학자 출신의 매니저들은 시스템의 효율성에만 간여할 뿐 매매의사결정에는 전혀 간여하지 않는다. 다만 추세가 바뀌는 변곡점이나 추세가 뚜렷하지 않은 조정기에는 수익률이 다소 부진할 수 있다.

이 전략의 숨은 장점은 선물거래를 위한 증거금만큼의 이자수익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투자수익과 이자수익이 동시에 발생하는 셈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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