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금융당국이 퇴직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에게 내린 직무정지 3개월 상당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만일 법원의 판결이 확정될 경우 황 회장은 금융회사 취업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화 부장판사)는 31일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시절 투자 손실 등을 이유로 받은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제재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황 전 회장이 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는 퇴직 임원을 제재하는 규정이 없었고 퇴임 후에야 퇴직자도 제재할 수 있도록 입법이 이뤄졌다”며 “금융위가 내린 직무정지는 나중에 만들어진 규정을 소급적용한 것으로 행정법 불소급의 원칙 등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행정처분은 처분할 당시의 법률에 따르지만,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라면 행위 시의 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2005∼2007년 우리은행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투자 때 법규를 위반했다며 2009년 10월 황 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제재를 통보했다.
황 전 회장은 투자에 관여하거나 사후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법을 어기거나 회사의 건전성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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