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2주가 분수령
쿠로시오 해류 타고
남·동해 유입 가능성도
수산물 간접피해 대비를
전국 모든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이제 관건은 ‘검출량’으로 넘어갔다. 일본 원전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전 세계가 사실상 방사성 물질 영향권에 들어간 상태다. 검출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보다 얼마나 나오는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편서풍을 타고 지구를 돌아 일본 원전을 출발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도착할 시점은 이미 다가왔다. 일본 원전 상황이 사고 초기보다 악화하고 있어 1~2주 후 한반도에 영향을 끼칠 방사성 물질 역시 초기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바닷물로 퍼지는 방사성 물질도 주요한 경계 대상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반도가 방사성 물질 영향권에 들어간 만큼 철저한 감시와 대비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 세계가 이미 영향권, 세슘 전국 확산도 시간문제=전국 어느 곳이든 사실상 방사성 물질을 피할 수는 없다.
30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고 춘천 지역에서는 세슘이 검출됐다. 세슘이 전국 각지에서 검출되는 것도 사실상 시간문제다.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가 이미 방사성 물질 영향권에 들어갔고 당장 춘천 외에 전국적으로 세슘이 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며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 건 피할 수 없다. 얼마나 나오는가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KINS 역시 이미 전국적으로 세슘이 퍼져 있지만 춘천 외의 지역은 극미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검출이 안됐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윤철호 KINS 원장은 “지금 시기에는 방사성 물질이 전 세계 어디든 다 나올 수 있다. 문제는 방사성 물질이 나왔나, 안 나왔나가 아니라 얼마나 나왔는가다. 현재 나온 수준은 인체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로 우리나라에서도 방사능 예방 관련 식품,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예방에 직접적인 효과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에는 다시마 등을 사려는 인파가 줄을 잇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유희동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편서풍을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오기까지 보통 2~3주가 걸린다”고 밝혔다. 일본 원전 사고가 발생한 11일을 기준으로 보면 이미 이번주부터 영향권에 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향후 1~2주다. 일본 원전의 상황이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2호기 내 물웅덩이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냉각수보다 10만배가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인근에서 채취한 잡초에서 역대 최고치의 세슘이 검출되는 등 일본이 사실상 사고수습 포기 수순에 달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어느 시점이든 한 번 출발하면 한 바퀴를 돌고 한반도에 도착하는 게 2~3주 걸린다”며 “일본에서 점차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류 탄 방사성 물질도 경계 대상=일본에서 원전을 바닷물로 냉각시키는 작업이 이어지고, 원전 외부로 플루토늄 등 방사성 물질이 새나오면서 바닷물을 따라 퍼지는 방사성 물질도 경계 대상이다.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돌아 남해나 동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과정이 2~5년 걸리기 때문에 아직 직접적인 영향을 고민할 시기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일본 원전사고가 공기 중보다 바닷물로 유입되는 방사성 물질이 많을 가능성이 있고, 수산물 등을 통한 간접적인 피해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윤 원장은 “체르노빌 사고처럼 화재와 폭발로 이어지면 공기 중으로 방사성 물질이 더 많이 방출되지만, 일본과 같은 경우는 (공기 중보다) 토양이나 바다로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다”며 “다만 멀리 퍼지는 것은 기류가 훨씬 멀리 퍼지며, 해류는 기류보다 흐르는 방향에서 변수가 적기 때문에 한반도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방사성 물질이 물과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건 아니기 때문에 기류와 해류 모두 방사성 물질의 농도에서 차를 보이지는 않는다”며 “한반도 인근 해류의 특성상 직접적인 영향보다 수산물 등을 통한 간접적인 피해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