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이 각 산업계에 끼친 영향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세계 각국 글로벌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코트라는 최근 ‘일본 지진사태가 주요국 산업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일본 부품 의존도가 높은 미국, 프랑스 기업은 피해를 본 반면 복구에 따른 특수가 예상되는 에너지, 식품 분야에서 러시아, 독일, 스페인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선 자동차, 정보통신, 항공 등 일본 핵심부품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GM은 루이지애나주 픽업트럭 생산공장을 21일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보잉 787기 부품의 3분의 1일을 일본으로부터 조달받는 보잉은 생산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애플, 인텔도 일본으로 부터 부품 조달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조만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일본 이바라키현 공장은 지진으로 직접 피해를 입어 7월께야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 기업들도 조업 중단을 우려하고 있다. 르노와 PSA 푸조시트로앵은 각각 일본 닛산과 미쓰비시로부터 플랫폼과 주요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명품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명품 소비시장인 일본은 대지진 이후 명품 소비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수출비중이 높은 에르메스, 루이뷔통, 디오르, 구찌 브랜드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에 러시아, 독일, 스페인의 에너지 분야에서 활기가 띨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는 일본의 요청으로 4월과 5월에 액화천연가스(LNG) 10만t씩을 추가로 공급하는 등 에너지 분야 수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기회에 연해주에서 일본까지 해저케이블을 부설해 연해주의 유휴전력을 공급하는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독일은 이참에 철도에 사용되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을 밝히는 등 독일과 스페인에선 원전을 대체할 풍력과 태양광 시장의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세계적인 견목 수출국인 말레이시아는 최대 견목 수입대상국인 일본이 이번 지진으로 목조 주택이 파손되자 복구에 필요한 목재 수입을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선희 코트라 통상조사처 처장은 “우리기업은 일본의 지진 사태이후 일본 및 주요국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향후 일본의 재건 사업 추진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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