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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대지진>러시아의 ‘지진외교’에 속앓이하는 일본
러시아와 중국, 나아가 한국 등 주변국들이 대지진 참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 인도적 지원 물자를 제공하면서 일본이 적잖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유혹이 간단치가 않다. 가뜩이나 자존심 강한 일본이지만 현재 상황이 딱 잘라 거절할 만큼 선택적이지 못하다는데 고민이 있다. 눈 앞의 문제만 봐도 수많은 이재민들이 지금 배고프고 추워서 사망하고 휘발유가 없어 이동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원자력발전소의 참상은 아직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명까지도 담보하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도 대참사를 딛고 재건하려면 일본의 경제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자원’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북방영토 문제로 극도로 관계가 악화돼 가고 있는 러시아가 막대한 석유와 가스를 일본에 불쑥 내밀고 나섰다. 이것이 일본의 딜레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세계 지원국 중 최대규모인 160여명의 구조대원이 지난 22일까지 수색활동에 가담한 것 외에 풍부한 부존자원을 앞세워 일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에너지자원 지원을 적극적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 순수한 인도적 차원일 수도 있지만 북방영토 문제에서 일본 측의 강경입장의 변화를 기대해 자원대국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으로 일본은 보고 있다. 러시아의 의도를 알아도 이를 쉽게 거절할 수도, 성큼 받아들이기도 어렵다는게 일본 언론의 반응이다.

러시아 측으로서는 인도적 차원이고 또한 구 소련 시절이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대참사와 극동지역 수해와 사할린 지진 등 때 진 빚을 일본에 되돌려 주는 답례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악화된 관계를 풀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번 참사와 관련 일본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걸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러시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 자원과 에너지로 일본에 바짝 접근하고 있다. 극동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구인 사할린에서 화력발전의 원료인 액화천연가스 20만톤을 긴급 추가 공급하는 한편 금년 일본으로의 석유수출을 작년의 2배인 1800만톤으로 늘릴 방침도 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유수의 가스전 개발에 일본 기업의 참여를 요청하고 나섰다. 러시아 극동의 하바로프스크에서 사할린을 거쳐 홋카이도까지 해저전송케이블을 부설하는 계획도 활발히 논의 중에 있으며 일본의 상사 등에도 추파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일본은 북방영토 문제를 안고 있는 러시아에 자원을 의존을 한층 더 강화하는 걸 의미한다. 중동ㆍ북아프리카 정세에 따른 석유가격 앙등과 동일본 대지진 참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자원대국 러시아에는 세계적인 순풍이 불고 있어 냉철하게 국익을 계산해 러시아의 지원공세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남민 기자/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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