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역 방사성물질 검출…불안감 확산
● 바다 수산물 안전한가? 태평양연안 어획물은 걱정● 요오드·세슘 위험한가? 세슘 체내축적 암 등 유발할수도
● 치료제 미리먹으면 효과? 예방차원 복용땐 되레 부작용
일본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 전역에서 확인되고 있다. 검출된 양이 매우 미미해 인체에 무해하다고 정부는 주장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공포심은 사실마저 왜곡하기 쉽다. 지금은 오히려 부적용에 대한 과도한 우려보다는 철저한 대비가 중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를 통해 방사능 공포의 궁금증을 점검해본다.
▶어제 내린 비, 맞아도 괜찮았나?=지난 28일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서울 등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갑자기 내린 비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면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의 양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극미량이다.
이승숙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 비상진료센터장은 “현재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어제 비를 맞았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또 “만약에 비로 방사성 물질이 낙진한다고 해도 비를 정면에서 온 몸으로 맞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샤워를 하고 옷을 벗고 씻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 봄꽃이 피고 나무엔 새순이 돋지만, 가느다란 봄비라도 즐길 수가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서울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민들이 28일 우산을 손에 꼭 쥔채 비 내리는 서울 거리를 걷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 |
우선 구로시오 해류의 흐름을 볼 때 환류 주기가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리는 만큼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올 염려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환류하는 동안 방사성 물질이 대부분 희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평양에서 잡은 수입 수산물과 같은 간접적인 피해까진 막기 어렵다. 국내 수입 수산물의 80% 이상이 태평양 연안국에서 들어오고 있다. 검역이 최선의 방책이다.
▶제논은 그렇다 치고, 방사성 요오드, 세슘은 위험한가?=제논, 방사성 요오드, 세슘은 모두 방사능 물질이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차이를 보인다. 일단 제논은 불활성 기체로 인체에 들어오더라도 쉽게 배출된다. 장순흥 카이스트(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흡입되더라도 쉽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피해를 주기 어려운 방사성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제논은 지하 핵실험을 탐지하는 데도 활용된다.
문제는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다. 방사성 요오드는 체내에 들어오면 갑상선에 축적돼 갑상선암을 일으키고, 세슘은 체내에서 근육과 살에 축적돼 암을 일으킨다. 방사성 요오드보다는 세슘이 더 위험하다. 방사성 요오드는 반감기가 8일이지만 세슘은 반감기가 30년이다. 한 번 체내에 들어오면 세슘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체내에 머물며 암 등 지속적인 피해를 준다.
▶치료제를 미리 복용하면 안 될까?=방사성 요오드 치료제인 요오드화칼륨 문의가 약국 및 관련 기관에 쇄도하고 있다. 이를 악용한 상술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오염 없이 치료제를 예방 차원에서 복용하는 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실제로 복용이 필요해질 때 제대로 치료받기 힘들 수도 있다.
이승숙 비상진료센터장은 “실제로 방사성 요오드에 오염될 때도 총 1g을 넘지 않도록 복용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며 “이를 넘으면 구토, 설사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과다 복용했다 실제로 복용해야 할 상황이 오면 복용량 한도 등에서 치료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와 비상진료센터 등은 복용이 필요한 시기가 오면 복용 지침을 알려주게 돼 있다.
▶방사성 요오드, 세슘의 유입 경로는?=현재까지 추정되는 국내 방사성 물질 유입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강원도에서 검출된 제논은 방사성 물질 중 일부가 캄차카 반도에 머물다 시베리아, 북극을 거쳐 북쪽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한 경로는 편서풍을 타고 방사성 물질이 지구 한 바퀴를 돌아오는 것.
서울 등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이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가는 오염 정도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편서풍을 타고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면 태평양, 미국, 유럽, 중국 등을 거치면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낮아져 극히 미미한 유입량을 보이게 된다. 만약 제논과 같이 북극을 돌아오는 ‘단거리 행보’를 보였다면 상대적으로 농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전국 12개 방사능 측정소의 결과를 바탕으로 유입 경로를 분석 중이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