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한도를 현행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확대하기 위해 상정한 정관 변경안이 부결된데 대해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경영권 장악 의도를 드러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5일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열린 현대상선 주주총회가 끝난뒤 현대그룹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부결 원인은 현대중공업그룹, KCC,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등 범현대가가 대거 참석해 조직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지난 23일 현대중공업이 이번 정관 변경안에 대해 사전에 반대표시를 하고 범현대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24일에는 이미 찬성 위임장을 제출했던 현대산업개발이 갑자기 위임장을 회수해 가는 등 등 조직적으로 반대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아직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화해에 대한 제안을 전혀 받지 못한 와중에 현대중공업그룹을 중심으로 한 범현대가가 현대상선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제동을 거는 것은 범현대가의 현대그룹 장악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도 선박투자 등 미래 성장에 대한 투자에 제동이 걸리게 되고 이는 결국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그 피해는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그룹은 “지금은 범현대가와 진정한 화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7.8%를 조속히 현대그룹에 넘겨야 하며, 현대중공업그룹도 더 이상 말로만 ‘경영권에 관심없다’하지 말고 미래 성장을 위한 자본확충 노력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도 “최근 머스크 등 경쟁업체들이 대규모 선박발주를 하고 있어 대한민국 해운사들이 대형화를 위한 투자 없이는 살아나기 힘든 상황인데도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장악의도 때문에 현대상선이 선박투자시기를 놓치고 있다”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도 전체주식 대비 우선주 발행한도가 25%가 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의 경우에는 현재 7% 수준에 불과하며, 이번 변경안이 처리됐다면 우선주 발행한도가 다른 기업과 비슷한 수준인 25% 대로 올라간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이 주장하는 주주가치 훼손에 대해서는 “우선주의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가치가 훼손된다면 법에서 이를 금지시켰을 것”이라며 “지난 2006년 상환우선주 발행 때는 기존주주 가치 훼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하고 참여했으면서 지금에 와서 문제 삼는 것은 넌센스”고 지적했다.
보통주 발행한도가 1억2000만주가 남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보통주, 우선주, 회사채 등 여러 가지 자금조달 방식을 사전에 준비해야 함이 마땅하다”며 “보통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이익배당이 많은 우선주를 선호하는 투자자도 많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우선주 발행한도를 늘려놓음으로서 자본확충의 방법을 다양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일축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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