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진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런민(人民)은행이 지급준비율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중국 증시는 단기 조정 국면이 예상되지만, 중국의 긴축 정책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8일 런민은행은 대형은행의 지급준비율은 20%, 중소형은행은 18%로 각각 0.5%p씩 인상했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이번 인상으로 약 3500억위안의 유동성이 흡수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조선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강진과 원전 폭발, 중동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중국이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중국 정부는 상반기 중 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기존의 계획을 크게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조 연구원은 “런민은행이 이번 지준율 인상을 통해 긴축 기조를 재확인한 배경으로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이 그 우선 순위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증시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전망이다. 조 연구원은 “이번 지준율 인상이 대내외 변수로 민감한 시기에 단행된 조치인 만큼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조정 국면이 이어지겠지만 추가 지준율 인상이 새로운 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중국의 긴축 정책이 이제는 수그러드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지준율 및 금리 인상(4월경 예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면서도 중국의 긴축 강도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 연구원은 “통화 유통속도가 점차 둔화되고 있고,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유동성 유입도 감소하는 등 긴축정책 효과가 실물 부분에 점차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2분기 중 중국 긴축 강도는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주식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지준율 인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경험적으로 M2 증가율이 15~16% 아래로 떨어졌을 때 지준율 인상이 종료돼 왔기 때문에, 앞으로 M2 증가율이 조금 더 하락하면 지준율 인상도 한동안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지난 1~2월 소매판매가 예상외로 낮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소비에 줄 수 있는 부담도 금리 인상을 소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변수”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의 이번 조치가 국내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전망이다. 김경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이 국내증시에 미친 영향은 중국증시에 비해 제한적이었다”며 “국내증시는 실질적으로 국내 파급효과가 작은 지급준비율보다는 금리인상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 물가상승세가 2분기부터 둔화될 경우 국내증시의 벨류에이션이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금번 신흥국 인플레와 긴축의 시발점이 중국이였다는 점과 국내 증시가 중국 긴축을 이미 상당부분 반영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