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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사 잠시 묻어두고…韓·日 정서적 깊은 유대감 확인”
日은 진정한 이웃 공감대

구호성금 등 깊은 휴머니즘


한국, 日 부품의존도 높아

日피해 장기화땐 손해


亞 역내 분업구조 재편 대비

공동대처 시스템 마련 필요


“미래지향적 한ㆍ일 관계를 차분하게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제부터다.”일본 대지진은 단지 해외에서 일어난 참사가 아니다. 한국에는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먼 나라’였던 일본과 정서적 공감을 확대하는 계기였다. 일본으로서도 한국인들의 적극적인 지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오랫동안 양국을 갈라놓았던 대한해협을 뛰어넘는 우정을 확인하는 전화위복의 장이었다. 

전문가들은 일본 대참사를 계기로 형성된 이러한 분위기가 역사인식을 비롯해 한ㆍ일 간의 민감한 현안들을 당장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양국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은 “이번 지진으로 일본과 우리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양국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일본과 역사 교과서 문제, 독도 문제 등으로 대립하면서도 급격히 늘어난 일본과의 사회ㆍ문화적 관계와 인적 교류를 이번 대지진 사태로 한층 더 공고하게 실감했다는 것이라는 얘기다. 한 소장은 “가족, 친구나 지인이 일본에 있거나 우리나라에 일본인도 많이 있고 경제, 학술 활동 교류가 늘어났다”며 “이번 일로 휴머니즘이 발현하고 있고 인간관계의 성숙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예로 한 소장은 안부 메일을 보내면서 “한ㆍ일 관계는 좋아질 것”이라는 한 일본 지인의 감사 답변을 받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를 준비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는 “경제적인 여파도 크겠지만 이제 사회적인 면이나 정치적인 변화까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과거사 문제에 관심을 쏟아왔던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임진왜란과 일본강점기 외에는 양국은 좋은 이웃으로 지내왔다”며 “앞으로 더 좋은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현안들이 있지만 고통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퇴색하는 만큼 이 문제를 표면화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회 독도특위위원장인 강창일 민주당 의원도 “우리의 도움에 일본 사람들도 감동하고 있다”며 “아시아 사람들이 일본과 고통을 나누고 우경화된 정치인들이 자성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을 토대로 좋은 친선우호관계를 만들었으면 한다”면서도 “독도 문제나 교과서 문제가 또다시 제기되면 갑자기 관계가 급속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새로운 관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지진 이후 우리는 중장기적인 아시아 역내 분업 구조의 재편 가능성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높은 대일부품, 소재 의존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피해가 결국 우리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주요 수출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일본 제품을 대체하는 효과는 단기적인 것”이라고 그는 경고한다. 중단기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로는 재해 피해에 대한 동북아 공동 대처 시스템 마련 등이 거론됐다.

<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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