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환율 戰後 최저치 기록
16일 뉴욕 장마감 즈음 폭락
원전사태 투기수요 급등 분석
엔캐리 자금회수로 당분간 지속
일본판 뉴딜정책 실시땐
장기적 엔화가치 하락 시각도
하지만 환투기 세력이 뉴욕에서 80엔대를 이날 2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붕괴시켜 버리면서 가뜩이나 대지진으로 불안한 국제 외환시장에 대소용돌이가 예고되고 있다.
자국 증시 폭락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행은 연일 국제 투기 세력과 환시장에서 백병전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투기세력 공격 시작?=이날 뉴욕시장에서 16일 오후 4시께 80엔이었던 엔화 환율이 이날 뉴욕시장에서 거래 물량이 상대적으로 한산한 오후장마감 시간 전후에 폭락(엔가치 상승)했다는 점에서 투기 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오후 4시께 80엔이었던 엔화 환율은 장마감 전후로 급락(엔화가치상승)하기 시작해 시간외 전자거래시스템(EBS)에서 76.25까지 폭락했다. 결국 이날 뉴욕 시장에서 엔화는 9.73엔에 마감했다. 이는 2차대전 후 최저 환율인 1995년 4월 19일의 79.75엔에 근접한 것이다. 오후에 갑자기 엔화가치가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국제 환투기 세력들이 대규모 작전이 개입됐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시간 거래된는 세계 외환시장에서 이 시간 때가 한가한 시간대인 데다가 아시아 금융시장 개장 전이어서 이시간대에 움직인 엔화가치가 17일 오전 개장하는 도쿄와 아시아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하는 임팩트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국제 환투기 세력의 개입이 본격화되면 일본은행은 엔고 저지를 위해 혈투를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당국은 지난주 대지진 발생 직후부터 엔화 투기 세력 차단을 위해어떤 조치든 취하겠다고 강력한 시장 개입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엔화 강세 당분간 지속=엔화가치의 향후 전망에 대해 초강세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지진 이후 엔화가치가 급등하는 것은 일본 기업과 개인투자가들이 엔캐리 트레이드 형태로 해외 금융시장에 투자한 180조엔에 달하는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아직 일본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금 회수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지진에 보험금을 물린 일본 보험업계에서 대규모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란 전망에 엔화가 급등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UBS은행은 보고서를 내고 “자산관리자, 헤지펀드 등이 지난해 10월 이래 처음으로 엔화의 순매입에 들어갔고 장기 매입 포지션도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UBS 보고서는 이와 함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전망으로 일본의 엔캐리 트레이드 투자금이 600억달러나 유입된 호주, 340억달러 규모인 브라질을 비롯해 뉴질랜드 캐나다 통화의 엔화 대비 가치가 폭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와타나베 부인 청산도 이뤄질 듯=금융시장에서는 이와 함께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와타나베 부인들로 불리는 일본의 개인 환투자가들의 환매 수요도 무시 못할 정도로 엔고 흐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일본 엔캐리 트레이드의 30%를 차지하는 와타나베 부인 세력들이 경기 불안으로 추가 투자를 중단하기 시작하고 있어 국제 금융시장에 흘러들어 가는 엔화 투자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일본 정부의 일본판 뉴딜정책 규모가 최소 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 엔화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일본 정부가 국채발행으로 뉴딜 자금을 조달하고 일본은행이 이를 매입해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럴 경우 일본은행이 미국 연준처럼 자연스럽게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관측에 대해 크레디스스위스의 수석 환전략가인 대니얼 카지브는 일본은 미국과 달리 탄탄한 무역 흑자국인 데다가 전 세계에 대해 채권국인 점을 감안하면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엔화가치 하락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