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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대지진> "가족을 찾아 주세요"…9살 소년의 ‘눈물’
일본 대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미야기현 이사노마키시.
2000여 명의 피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한 시립 중학교 대피소에 애타게 가족을 찾는 9살 초등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사와 카즈유키, 노리코, 료코, 시마유토, 유나…”

흰 골판지에 검은 글씨로 뚜렷하게 가족의 이름을 쓴 아이사와 도시히토는 쓰나미를 피하려다 그만 가족과 헤어졌다.

그는 부모님의 이름과 할머니, 사촌 두명의 이름을 쓴 팻말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대피소 이재민들 사이를 돌고 또 돌았다. 행여나 부모님이 자신의 글을 못알아 볼까봐 주위 어른들에 크게 써달라고 해 그 위에 자신의 글씨를 덧입혔다.

아이사와 군은 이미 다른 대피소 두 군데도 다녀왔다. 근처 중ㆍ고등학교 대피소까지 구석구석 팻말을 들어보이며 가족을 찾았지만 나흘째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사와 군은 가족과 헤어진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아빠가 지진이 일어난 직후 학교로 급히 차를 몰고 절 데릴러 왔어요. 해일이 몰려 온다며 가족 모두 빨리 대피해야 한다고 했어요.”

아이사와를 실은 차는 시내에서 가장 높은 언덕을 향해 초고속으로 달렸다.
“쓰나미가 오고 있어! 왼쪽으로!” 엄마가 큰 소리로 외쳤다. 오른쪽을 보니 차보다도 높은 해일이 몰려오고 있었다. 쓰나미를 피하려고 왼쪽으로 달렸지만 주차장의 막다른 길에 몰리고 말았다.

해일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쓰나미는 곧바로 차를 집어 삼켰고 차는 부유물들과 마구 부딪혔다. 차창에 약간의 금이 났고 그 틈을 이용해 아이사와 군은 두 손에 상처를 내면서 필사적으로 창문을 깼다. 차창이 깨지자 옆자리에 앉았던 사촌의 손을 잡고 죽기살기로 탈출했다. 하지만 밖으로 나온 순간도 잠시, 나무인지 뭔지 모를 물체가 급물살에 떠내려와 사촌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가족의 이름을 일일이 쓴 팻말을 들고 이재민 사이를 돌고 있는 아이사와 군. (사진=아사히신문)

“사촌은 ‘토시군! 토시군!’하며 제 이름을 불렀어요.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할머니가 ‘구해줘! 도와줘!’하고 소리쳤어요.” 아이사와 군은 당시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그후 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잃고 눈을 떴을 때 아이사와 군은 잔해 위에 누워 있었다. 옷은 대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고 시간은 30분 정도 지난 듯 했다. 가까이에 있던 한 남성의 도움으로 젖은 옷을 갈아 입을 수 있었다. 이후 부모님이 잘 아는 미용실 주인인 기타하라 씨를 만나 그 댁에서 신세를 지게 됐다.

기타하라씨는 “걱정하지 마라. 부모님은 곧 돌아오실꺼야”라며 아이사와 군을 안심시켰지만 엄마 잃은 9살 어린아이의 얼굴에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아이사와 군은 피난민들이 알림판으로 쓰고 있는 화이트 보드에 고사리같은 손으로 이렇게 썼다. 

“내일도 올게요. 아이사와 도시히토”.

아사히신문은 16일 이같은 아이사와 군의 안타까운 사연을 게재하면서 참사 엿새째인 이날 사망ㆍ실종자 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잇단 폭발과 그로 인한 방사능 확산 공포, 그리고 도쿄 남부까지 이어지는 여진 등 상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천예선 기자 @clairebiz>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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