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월드비전 직원 소바타 미츠코씨

거리마다 이산가족찾기 쪽지 빼곡


지난 15일 새벽 2시, 사흘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도 가족 걱정에 눈을 붙이지 못한 노모가 센다이 지방정부청사에 마련된 공중전화로 애타게 가족들을 찾았다. “제발 전화 좀 받아다오….” 자녀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누른 뒤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힘겹게 전화통을 붙들고 있던 노모는 미어지는 마음을 누르고 다시 돌아섰다. 노모가 눈물을 참으며 돌아서는 복도에는 가족을 찾는다는 벽보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사흘째 지진 현장을 누비고 있는 일본 월드비전 직원 소바타 미츠코 씨의 눈에 들어온 센다이의 모습은 폐허와 조용한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제대로 남아 있는 표지판이나 건물 등이 없어 도심을 찾기가 어려웠다. 도심 방향을 향해 20분 정도를 달려간 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나무가 뿌리째 뽑혀 하늘을 향하고, 일그러진 차가 다리 한구석에 처박혀 있는 모습이었다.

저 차가 어디에서부터 물살에 휩쓸려 왔을지, 차 안에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렸다. 14일에는 300여명이 사망한 아라하마 지역을 방문하려 했지만 도로가 완전히 끊겨 접근할 수가 없었다. 소바타 씨는 “길이 파손되지 않았더라도 도로에 차, 나무, 진흙더미가 널브러져 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센다이는 원래 아름다운 관광도시로 일본인 사이에서 손꼽히는 곳이었다. 소바타 씨는 “아름다운 그곳이 현재 폐허로 변해 침묵만 가득 찼다는 사실이 생각할수록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급하게 몸을 피한 이재민들은 대부분 추위에 떨며 부족한 물, 음식 등으로 어려운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소바타 씨는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까지 나설 정도로 세계 각국에서 일본을 돕고 있다는 소식이 큰 힘을 주고 있다”면서 “기본적인 물품 지원도 중요하지만 한국민 등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주는 것도 ‘일본은 혼자가 아니라 세계와 함께한다’는 생각을 하게 해 이재민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도현정 기자/kate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