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굳게 닫힌 아랍에미리트(UAE) 유전 개발시장을 우리가 뚫었다. UAE 아부다비는 총 1000억배럴 규모 유전을 갖고 있는 세계 6위의 산유국이다. 이 중 10억배럴 이상의 유전 개발권을 한국이 확보했다.
아부다비 지역의 석유ㆍ가스 생산단가는 전 세계 평균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지역으로 꼽힌다. 유전 개발의 경제성은 다른 산유국을 뛰어넘지만, 지금까지 아부다비 유전 개발시장은 ‘그림의 떡’이었다. 모두 선진국 차지였다. 1930~40년대 미국, 영국, 프랑스 3개국이 아부다비 유전 개발권을 독점했고 70년대 일본 1개국이 추가됐을 뿐이었다.
현재 원유와 가스가 생산되고 있는 아부다비 대형 유전의 조광권(채굴ㆍ취득 권리) 계약은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끝이 난다. 내년부터 재계약 협상이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이번 계약을 통해 최소 10억배럴 이상의 대형 생산 유전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따냈다. 아직 개발하지 않은 3개 광구에 대한 독점 권리도 확보했다. 이 3개 광구에서 채굴 가능한 원유량은 1억5000만배럴에서 최대 3억4000만 배럴로 전망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석유ㆍ가스 자주개발률은 10% 선이었다. 지난 13일 UAE 아부다비 정부와 맺은 유전개발 계약으로 석유ㆍ가스 자주개발률은 15%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석유ㆍ가스 가운데 15%는 우리기업이 소유한 광구에서 충당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물론 한계는 있다. 아부다비와 우리나라의 계약은 양해각서(MOU) 형식으로 체결됐다. 정부는 조광권 만료 시기가 2014년 이후인 만큼 이중 계약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부득이 MOU 형태로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계약 수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아부다비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대한 구속력 있는 협약은 될 수 없다.
국내 석유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원유 물량은 대부분 국내로 직도입 되지 않고 현지에서 매매되고 있다. 운송의 채산성, 처리상의 한계 때문이다. 국내에 필요한 원유는 대금을 주고 다시 사들이는 구조다. 우리기업 소유의 광구에서 대량의 원유를 생산한다 해도 해당 업체의 수익으로 잡힐 뿐 석유제품 가격 안정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ㆍ확보한 원유와 국내 도입 원유를 현물 스와프(맞교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검토 단계에 그치고 있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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