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면서도 6년 동안 메모지를 통해서만 대화를 나눠온 노부부에게 결국 이혼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남편 B(81)씨에 대한 A(77ㆍ여)씨의 이혼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B씨는 A씨에게 재산 분할로 2억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의 상고 이유는 원심 판결의 법령위반이나 대법원 판례 변경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어서 심리 불속행 사유에 해당한다”며 상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1969년 혼인한 뒤 성격 차이로 불화를 겪다가 2003년께 남편 B씨의제의로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메모지를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하게 됐다.
이들의 메모지 대화는 대부분 B씨가 메모지로 어떤 요구를 하면 A씨가 같은 방식으로 답을 하는 식이었는데 ‘앞으로 생태는 동태로 하고 삼치는 꽁치로 구입할 것’ 등과 같이 요리와 관련된 부분에서부터 ‘가장을 섬기지 못하고 피곤하게 하는 여자 이젠 싫다. 앞으로 16:00 이후에 귀가시는 절대로 현관 차단할 것이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2008년 8월 깻잎 반찬이 상에 오르지 않은 문제로 B씨로부터 멱살을 잡혔다가 병원 신세를 졌던 A씨는 결국 이혼과 위자료·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1·2심 재판부는 이들 부부에게 재산분할액수에서는 차이를 뒀으나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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