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東北) 강진은 우리 경제 및 금융 시장에 적잖은 충격파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지진 소식은 지난 11일 국내 주식시장 마감 이후 전해져 파장이 제한적이었지만, 24시간 거래되는 역외 시장에서 환율은 출렁였다.
이날 역외 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일본 강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때 1130원선까지 치솟았다. 이는 이날 원ㆍ달러 종가인 1124.40원보다 6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일본 지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달러 등의 안전 자산 선호로 엔ㆍ달러 환율은 한때 83.29엔까지 상승했고, 유로-엔은 115.01엔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엔저 현상과 나스닥 선물 시장이 진정되면서 1126~1127원대로 내려앉았다.
엔ㆍ달러 환율도 82엔대에서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관건은 주말이 지나고 오는 14일 서울 환시 개장과 함께 원ㆍ달러 환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다.
전승지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일본 강진 악재는 단기 이슈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동발 악재나 유로존의 재정 우려 등 여러 악재와 겹치면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일본 강진 소식은 투자자들에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시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울 소지도 있다.
이날 도쿄 주식시장은 닛케이 평균 지수가 전일보다 179.95포인트 급락한 1만354.43포인트로 마감됐다. 지난 1월31일 이후 1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일본의 피해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금융시장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지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피해규모 등 세부 내용이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국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NDF 시장에서 큰 움직임이 없지만,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일본 대지진과 관련, 비상대응체계를 운영키로 했다. 한국은행은 금융ㆍ외환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통화금융대책반’을 중심으로 24시간 비상 점검 체제를 즉각 가동했다.
그러나 이번 지진 사태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세중 신영증권 팀장은 “과거 자연 재해가 주식 시장에 오랜 기간 악영향을 미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일본과 경쟁하는 자동차와 전자, 화학, 철강 업종과 피해 복구 수요 기대를 업고 건설장비 업종에도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여행, 항공 업종은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이번 지진으로 엔저 사태가 올 경우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강진 사태의 피해가 커져 엔화 가치가 큰폭으로 떨어지면 우리 수출 경쟁력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다른 경제에 비해 빠른 속도로 회복된 데에는 엔화 대비 원화의 약세가 큰 역할을 했다. 따라서 엔저가 되면 일본 제품보다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본 시장 뿐 아니라 제3국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화 기자 @kimyo78>
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