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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인상, 3월말 DTI완화 종료 여파...강남 재건축 하락세 일반아파트로 '확산'
금리 인상, 3월말 DTI 완화 종료 등 ‘부동산 악재’ 여파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아파트 매매 가격이 속속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매매가격 하락세가 부동산 시장의 악재들과 맞물려 비 강남권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세난을 타고 일부 지역의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던 매매시장이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에 이어 지난 주 한국은행의 기습적인 금리 인상 여파로일반 아파트 시장까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여기에다 이달 말로 예정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조치의 종료도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봄을 맞아 꽃도 제대로 피우기 전에 스러질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폭락하지는 않겠지만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당분간 지금과 같은 약보합세가 이어지면서 동시에 전세 선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매수문의·가격 ‘뚝’…꽁꽁 언 매매시장=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세대란의 여파로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조금씩 들썩이는 듯했던 수도권 매매시장은 전통적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오히려 싸늘하게 식어가는 분위기다.

전세 가격 상승세가 매매 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라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시장 냉각의 발원지는 강남과 송파의 재건축 예정 아파트 단지들이다. 지난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심의가 보류된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단지는 최근 열흘 사이에 시세가 1500만~2000만원 가량 떨어진 상태다.

개포동 K공인 관계자는 “최근 매수 문의가 줄면서 가격이 빠지고 시장이 많이 위축되는 상황”이라며 “설 연휴 지나면서 조짐이 나타나더니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지역 종상향 검토가 지연되는 송파구 가락시영 단지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단지에서 가장 큰 56㎡형은 이번 주 들어 9억원에서 8억 5000만원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거래 자체가 안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세는 3월 첫째 주보다 0.65%나 떨어졌고, 이 지역 전체 아파트 시세도 0.12% 하락했다.

강남과 송파구의 주도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주 연속 0.01%씩 내려갔다. 이 같은 하락세는 최근 서울의 비 강남권과 인근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결정한 데다 이달 말로 종료되는 DTI 완화 조치의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 지면서 매수자들이 모두 관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강북구(-0.03%)와 양천구(-0.03%), 강동구(-0.01%)에서도 아파트값이 하락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하락세 동참을 예고했다.

노원구 중계동의 T공인 측은 “지난 주부터 침체가 이어지면서 매수 문의가 거의없고 매도 물량은 아예 가뭄이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 차이가 보통 10% 정도가 나 거래가 성사될 수 없다”고 말했다.

분당 K공인 관계자는 “1,2월에는 문의가 많아 아파트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는데 설 지나고 리비아 사태에다가 금리까지 오르니 수요자들의 문의가 줄었다”고했고, 평촌 H공인 관계자는 “하루에 3~4건씩은 문의가 들어왔는데 오늘은 아예 없다. 금리인상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다름없다”라고 푸념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DTI 완화 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매매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DTI완화 연장이 당장 대출 수요 증가와 주택구매로 이어지진 않는다 해도 ‘매매시장 활성화 조치’라는 상징성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DTI 완화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이달 하순까지는 급속한 하락보다는 약보합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도·매수자 모두 시장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송파구 방이동의 H공인 관계자는 “이달 중 DTI 완화 여부가 결정된다니 다들 결정을 못하고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DTI 규제가 강화되면 가뜩이나 금리인상으로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매매시장이) 진퇴양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시장도 타격 불가피할 듯=부산에서 시작돼 광주, 대구, 대전 등으로 북상하는 기미를 보였던 분양시장의 훈풍도 금리인상과 DTI 완화 종료를 앞두고 고비를 맞았다.

최근 몇 년간 미분양 물량이 많이 쌓였던 주요 건설사들은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해소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좋지 못한 조짐도 서서히 나타나는 상황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방 5대 광역시 미분양은 정점을 찍었던2008년 12월 6만 1131가구에서 올해 1월 2만 4243가구로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 미분양은 2만 6928가구에서 2만 8896가구로 늘어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수도권에서는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도 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준공후 미분양은 수도권 9540가구, 지방 3만 3667가구 등 총 4만 3207가구로 지방은 259가구 감소한 반면 수도권에서는 811가구 증가했다.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을 팔고 있는 모 건설사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3월 들어 전화 문의가 좀 줄었다. 이사철이 지나고 DTI 관망세에 금리인상 조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사야 하는 신규 매입자들은 금리인상을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며 “당장 결혼하거나 전셋집을 빼야 하는 등 사정이 급한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잔여분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원의 모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처리 중인 또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도 “중소형 아파트는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면서도 “금리인상 발표가 되자마자 중도금 대출 금리도 함께 올라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지방의 장기 미분양 아파트는 큰 타격을 받지 않더라도 수도권의 신규 미분양 아파트나 공급 과잉 지역의 대형 평수 아파트는 DTI 완화 연장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11일 청약을 마감한 광명 해모로 이연 아파트가 전용면적59㎡에서 8.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등 중소형에서 선전한 것과는 달리 123㎡이상의 중대형은 대부분 미달됐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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