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정치권 권력대결 이전투구
政 “사정기관도 사정대상”檢 “정치수사에 치졸한 보복”
중수부 폐지에 ‘부글부글’
검은돈 파헤치기 나설수도
검찰과 검사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국회의 입법권과 권력층 비리에 대한 중단 없는 사정을 하려는 검찰권이 충돌하고 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6인 소위가 대검 중수부 폐지, 판ㆍ검사 전담 수사기관 창설 등 검찰 권력 일부는 뺐는 내용의 폭탄을 ‘기습 투하’하면서부터다.
개별 권력비리 때 늘 ‘을(乙)’의 신분으로 칼질 당했던 정치인들이 ‘갑(甲)’이던 검찰을 향해 칼을 빼든 것이다.
‘검정(檢政) 권력충돌’은 입법권과 검찰권의 합리적 대결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사정기관도 사정대상, 치외법권은 없다”는 정치권과 “청목회 등 정치인 수사에 대한 치졸한 보복”이라는 검찰의 공방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확전되고 있다. 이러다 궁지에 몰린 검찰이 정치권력의 ‘검은 돈’ 파헤치기 광풍을 몰고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검찰권이 추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병존한다.
사개특위안 중 검찰 조직이 가장 부글부글 끓고 있는 대목은 대검 중수부 폐지다. 검찰은 고위공직자ㆍ정치권 비리ㆍ대형 경제범죄 등 각종 부정부패 파수꾼 역할을 하는 중수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형사건 때 전국 최정예검사를 뽑아 권력형 비리를 싹둑 잘라내는 중수부는 검찰권력 자존심의 상징이다.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이주영(가운데) 위원장과 한나라당 주성영(왼쪽) 간사, 민주당 김동철 간사가 전일 발표한 사법제도 개혁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양동출 기자/dcyang@heraldcorp.com |
판ㆍ검사와 수사관의 비위를 전담수사토록 하겠다는 특별수사청 설치도 두 기관 간 알력싸움으로 비쳐진다. ‘스폰서검사’ ‘그랜저 검사’ ‘정실 향토판사’ 등으로 얼룩진 검사 판사들도 필부필부(匹夫匹婦)처럼 엄정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안된 것이지만 검찰은 애써 평가절하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회의원은 쏙 빼고 판ㆍ검사만을 수사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안이 통과된다면 가히 혁명적 수준”이라는 말이 6인 소위 내부에서 나올 정도로 급진적인 이번 안이 내달 말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미지수이다.
검찰청은 ‘비리종말처리장’, 검사는 ‘권력의 종결자’로 불린다. 그만큼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국민들은 공감한다. 다만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포함된 데 대해서는 그 순수성을 의심하는 부류도 있다.
국민이 주인되는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권력은 상호 견제를 하고 균형을 이뤄야 함은 상식이다. 비대한 행정부와 검찰권이 유착하면 민주주의는 칼 앞에서 위기를 맞는다. 개혁안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입법권이 순수해야 사개특위 개혁안에 설득력을 얻는다는 점이다. 격앙된 검찰권이 앞으로 어떻게 튈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