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연말 한국거래소(KRX)에는 내부적으로 매우 뜻 깊은 일이 있었다.
지난 2005년 1월 통합 거래소 출범 이래 단일노조(증권거래소+코스닥증권)와 통합노조(선물거래소+ 코스닥위원회)로 양분돼 있던 노조가 만 6년 만에 하나의 노조로 통합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시장감시본부 출신의 김종수(46) 씨가 거래소 초대 통합노조 위원장에 취임했다.
“발로 뛰겠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광고 문구로 너무 흔한 말처럼 보이지만 김 위원장에게는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같은 빌딩에서도 두 개의 노조로 갈라져 다퉜고, 또 서울과 부산으로 400㎞ 이상 먼 거리에 600여명의 노조원들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9일 오후 기자와 만나기 몇 시간 전에도 그는 부산에서 노조원들과 만나고 부랴부랴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1주일에 2~3일 정도는 부산에 내려가 있다고 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조합원들의 열망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러 피자와 커피를 사서 여기저기 뛰었습니다. 외부적으로도 거래소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인식이 많은 만큼 예전과 달라진 거래소의 모습에 대해 만나는 사람마다 홍보하고 있습니다.”
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취임 한 달이지만 하나 둘씩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회사 경영진과 노조 간부 간 확대간부회의를 내부 인트라넷으로 생중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사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무엇을 얘기하고 싶고 반대로 노조는 회사에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등을 직원들이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한 것입니다. 지난 7일 성공적으로 시험방송을 마쳤습니다.”
그는 또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으로 임금 테이블이 현격히 낮아진 신입 직원들과의 위화감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잘못된 임금 테이블은 반드시 시정해야 합니다. 다만 우선은 올해 임금이 공무원 기준으로 총액이 4.1% 오를 예정인 만큼 선배들이 조금 덜 받고 그만큼 신입 직원들에 보전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르면 오는 5월에는 최근 3년 동안 한 차례도 열지 못한 회사 체육대회도 열어 서울과 부산에서 떨어져 지내 자주 보지 못한 직원들, 또 경영진과의 소통의 자리를 만들 생각이다.
그는 “노조와 회사가 수레바퀴처럼 잘 맞아 굴러가야 한다. 노조원의 권익에 저해가 되는 부분이 아니라면 회사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당연히 협조해나가겠다”며 노조와 회사가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