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이 올들어 안전 자산인 국내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를 떠나 고수익을 추구하는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는 조짐을 점점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가 급등에 따른 금리 인상 전망으로 채권 가격은 하락 추세를 보이는 데 반해 풍부한 유동성과 경제 성장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주식 시장의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지난달 모두 3조1421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는 3개월 연속 유출이며 2008년 9월 3조5764억원 순유출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다.
MMF에서도 지난달 7조798억원이 빠져나가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모두 9조2951억원이 이탈했다.
지난달 주식형 펀드(ETF 제외)는 9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1조7913억원이 순유입된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혼합 주식형 펀드로도 1675억원 가량 순유입됐다.
이달 들어서도 2~4일 채권형 펀드에서 127억원이 순유출됐을 때 주식형 펀드로는 3189억원이 순유입됐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2개월간의 자료만으로 ‘머니 무브’가 본격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안전 자산에서 위험 자산으로 자금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채권 가격 하락, 주식 가격 상승 전망이 우세한 편이라는 점에서 이동 징후는 보인다”고 말했다.
랩어카운트 열풍이 머니 무브의 징후라는 관측도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9년 말 18조원 내외였던 증권사 판매 랩 어카운트 규모는 지난 1월말 38조원으로 배 이상 불어났다. 전체 랩 어카운트에서 채권형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비중은 낮아지지만 주식 운용형과 자문형 랩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제 금리에 의존해 돈을 벌기는 어려운 만큼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자산 비중이 작다고 판단한다면 적립식으로 위험 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김영화 기자 @kimyo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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