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크게 짓자면 우선 건축비가 많이 든다. 세금도 많이 내야하고 관리비 부담도 적지 않다. 특히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커진다. 살다가 사정이 생겨 집을 팔려고 해도 덩치가 크고 가격도 높기 때문에 결국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큰 집을 짓는 이유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일종의 과시욕과 함께 이들을 위한 배려에서다. 찾아오는 이들이란 도시에 사는 자식을 비롯한 친척, 지인 등 이다. 하지만 처음 1~2년은 옛 직장 동료 등 방문객들이 제법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발길은 뜸해진다. 도시에 사는 자식들 역시 생각만큼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애써 만든 공간은 늘 비어있게 되고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전원주택의 면적은 아파트와는 달리 실제 사용가능한 면적이기에 생각보다 작지 않다.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계단 등 공용 공간도 면적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전용면적은 훨씬 줄어든다. 하지만 전원주택은 실제 면적인 데다 다락방이나 지하실, 창고, 데크 등을 별도로 만들게 되면 훨씬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6㎡(20평) 정도의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다락방을 26㎡(약 8평) 정도 만들어도 실내 공간은 답답하지 않다. 여기에 외부 데크 공간을 만든다면 실제 사용면적은 훨씬 커진다. 또 마당에 컨테이너창고나 천막창고를 별도로 설치하면 집 공간을 더욱 넓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주말용으로 이용하는 세컨드 하우스라면 큰 집 보다 작은 집이 여러 모로 이득이다.
집은 작게 짓는 대신 정원과 텃밭은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넓게 확보하는 게 좋다. 나와 가족의 손으로 직접 정원과 텃밭을 꾸미고 일구는 것이야말로 진정 전원생활의 묘미다. 이 때 정원은 돈을 들여 한꺼번에 조성한 ‘보는 정원’보다는 테마를 정해놓고 가족이 함께 서서히, 조금씩 만들어 나가는 ‘가꾸는 정원’이어야 한다. 그냥 보는 정원은 오래지 않아 싫증을 느끼기 마련이다. 정원을 조금씩 가꿈으로서 행복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 생활의 재충전이 이뤄지기도 한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정원의 테마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원의 위치와 면적, 일조량과 지대의 고저 등 자연조건을 파악하고, 어떤 테마로 꾸밀 것인지에 대해 가족 구성원의 의견과 취미 등을 반영한다. 부모를 모시는 가정이라면 소일거리가 될 수 있는 텃밭을 좀 더 크게 만들고,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은 아이에게 모험심과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놀이공간을 배려한다.
또 채광이 좋지 않은 곳이라면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심고, 삭막한 돌담을 가리고자 한다면 활엽수 보다는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가 좋다. 침실 앞이나 거실창가 주변에는 향기 좋은 나무를 심어 ‘자연 방향제’로 활용한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