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거부로 무산된 북한 주민 27명의 고향 가는 길이 언제쯤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5일 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내려온 북한 주민 31명 가운데 정부가 귀순자 4명을 제외한 27명을 송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북측이 전원송환을 요구해 27명의 발목이 묶였다.
이들은 지난 4일 북측으로 귀환을 위해 판문점 인근에서 7시간 이상 대기하다 31명 전원 송환을 요구한 북측의 거부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러나 정부는 4명이 자유의사에 따라 귀순을 결정한 만큼 북측의 전원송환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7일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적십자채널) 연락관을 통해 북측에 송환 절차에 협조할 것을 재차 촉구할 예정이지만 북측이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다.
북측도 나름대로 고도의 전략에 따라 전원송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측이 4일 판문점 연락관 마감통화 시간인 오후 4시 우리 측에 “연락관 연장근무를 하자”고 통보해왔고, 이후 6시께 전원송환을 거듭 요구하며 27명의 송환절차 협조를 거부한 것도 이 문제를 당분간 끌고 가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 송환 문제가 돌발 변수로 떠오르면서 향후 남북대화 재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4년 이후 남으로 내려온 북한 주민 사례 30건 중 2건만 일부가 귀순했을 정도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전례가 거의 없는 데다, 한 달 가까운 조사기간에 대해서도 북한이 ‘귀순공작’을 주장하며 남북대화 지연의 핑계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ㆍ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이 한창인 와중에 북한 주민 귀순을 발표한 것은 북한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당국 간 불신이 깊고 키 리졸브 훈련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돼 있는 상황에서 향후 북한이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이런 사례가 드물었는데 자칫 이 문제가 가뜩이나 꼬인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내부 통제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동ㆍ아프리카 반정부 시위 사태로 가뜩이나 신경을 곤두세운 북측이 결국에는 북측 내부에도 알려지게 될 이번 귀순 사실이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는 분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귀순 공작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남측 내부의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포석이 깔린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안현태 기자/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