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사법연수원 42기생들이 로스쿨생들의 검사 임용 방침에 반대하며 집단으로 입소식에 불참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사태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특권유지의 문제가 아닌 ‘일자리’와 관련한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일자리를 둘러싼 집단행동은 언제라도 다시 벌어질 전망이다.
42기생들은 전날 입소식 집단불참에 이어 3일 오후 자치회 정식 출범과 함께 이번 사태와 관련한 성명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성명 내용은 이번 사태를 촉발한 법무부의 내년도 로스쿨생 검사 임용 방침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골자로 하고 있다. 더불어 42기생들의 경우 로스쿨 수료자와 같이 재판연구관을 거쳐야만 법관으로 임용하도록 법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현재 법원과 검찰청에서 시보 수습중인 41기생들도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초 42기생들과 연대해 성명발표에 참여할 계획이었지만 현실적 여건상 성명 내용에 동의 서명하는 식으로만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전날도 이들은 법무부 안을 재고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변호사 단체와 공조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연수원 측은 전날 입소식 집단 불참과 관련한 사실 파악에 나서는 한편 이들에 대한 징계마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자 발령에 따르면 연수생들은 이미 별정직 공무원 지위에 있는 터라 공무원 신분으로 단체행동을 했는지와 연수원 운영규칙 위반 여부에 따라 징계도 가능하다. 징계에 나설 경우 또다른 자극제가 돼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배 법조인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깝기만 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그 자리에까지 갔는데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가는 것으로 비쳐지는 로스쿨생들에 바로 검사 임용 기회를 준다고 하니 본인들이 불이익을 본다는 생각에 행동에 나선 것도 이해는 간다”면서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이 같은 과도기적 상황을 대비한 정책을 미리 마련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생 검사 임용을 두고 ‘불법’이라느니, ‘현대판 음서제’라느니 하며 노골적으로 연수생들의 편을 드는 변호사들도 나오는 실정이다.
법무부가 “임용하자는게 아니라 수습기회를 준다는 뜻”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집단행동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애초 로스쿨 출범 당시의 난맥상 때문이다. 로스쿨 수료생과 사시합격생이 공존하는 어정쩡한 과도기를 둔 결과이다. 비(非)로스쿨생에게 변호사 기회를 박탈한 점의 위헌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채 로스쿨 제도를 성급하게 밀어부친점은 오늘의 난맥상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42기 연수생 김모 씨는 “로스쿨생들과 벽을 쌓자는 게 결코 아니다. 그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게 우리일 수 있다”며 “다만 기존의 법조일원화 기본 취지대로 가자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법연수생들의 기득권을 보호할 경우 로스쿨쪽 집단행동이 나올수 있기 때문에 기존 법조기관의 처신이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잣대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웅기 기자 @jpack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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