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검사임용 반발 연수원생 700여명 집단불참 파장
“현대판 음서제” 집단 반발
“특혜우려” 변호사 업계 비난
로스쿨 출신과 갈등 불가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의 검사 우선 임용 방침에 사법연수원생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면서 2일 열린 42기 사법연수원생 입소식이 큰 파행을 겪었다.
이날 입소식에는 정원의 30%를 약간 웃도는 300명가량만 참석했으며, 일부 연수원생이 “로스쿨 검사 임용 방안 철회”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이 현수막은 행사를 위해 미리 기다리고 있던 판ㆍ검사 출신 교수들의 연단 바로 앞에 설치됐다. 예상치 못한 저항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2012년 로스쿨 1기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법원ㆍ검찰 등 임용과 로펌 채용 시장에서 양측 ‘지분싸움’이 예고된 만큼 이 같은 갈등 양상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내년 이맘때 시장에 신규 유입될 법조인력은 기존 사법연수원생 1000명에 자격시험에서 합격한 로스쿨 졸업생 1500여명을 더한 2500여명. 로스쿨이 졸업생을 본격적으로 배출하는 가운데 사법시험은 2017년까지 존속하고, 사법연수원도 2020년까지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법률 시장이 변호사 과잉 공급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사법연수원과 로스쿨 출신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두 진영 갈등이 표면화된 계기는 ‘법무부의 우수 로스쿨생 검사 임용안’. 법무부는 향후 신규 검사 50%를 로스쿨 재학 중 원장 추천을 받은 학생 가운데 우선 선발키로 방침을 정했다. 법원도 로스쿨생과 학교 측은 환영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법연수원생들은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41, 42기 사법연수원생들은 이 같은 안에 대해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하며 일부 연수원생은 입소식을 거부하는 등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업계도 마찬가지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법무부 방안대로 간다면 실력 있는 사람이 검사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로스쿨생 내에서도 유력층 자제들이 우선권을 가질 가능성이 많아 결국 특정 계층에 특혜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과 검찰이 변호사 자격도 없는 로스쿨생을 우선 선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법률 위반이며, 법조 일원화 취지에도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마찰은 신규 법조인력이 대거 배출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인력 배분 문제 등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연수원생은 취업은 힘들고 자리는 줄어드는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로스쿨은 졸업생 활용 방안을 세워놓지 않은 채 학교만 운영한 셈”이라며 “결국 과도기적 현실에서 법원과 검찰의 인재 유치경쟁에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이 더해져 사태가 악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ㆍ백웅기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