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친구들을 위한 도서관 설립에 정성을 보태주세요”
동장군이 한창 위세를 자랑하던 지난 1월 14일 명동 한복판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어린 학생 10여명이 목청껏 구호를 외치며 모금활동을 했다. 추위에 발을 동동거리며 지나던 시민들은 고사리손으로 피켓을 들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향해 “화이팅”이라고 외치며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학생들의 염원에 보답하듯 선뜻 지갑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치열한 명동 상권 인심이 마냥 관대하지만은 않아 학생들은 철수를 요구하는 상인들을 피해 몇 번이고 자리를 옮겨야했다.
이들이 길거리로 나온 것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지구촌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이주민 전문 지원기관 ‘지구촌사랑나눔’이 짓고 있는 지구촌 초등학교는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국인 가정 자녀들과 함께 다닐 수 있는 학교로 2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개교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을 이끌고 있는 김해성 목사의 딸인 김민영(18) 학생은 도서관 만큼은 친구들의 손으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결심했고,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지구촌사랑나눔을 찾은 초등학생, 중학생 동생 20여명과 의기투합했다.
도서관 설립을 위해 계획안을 짜고 1월에만 세차례에 걸쳐 명동, 분당, 서울역에서 모금활동을 했다. 가가호호 방문하며 학생들을 위한 책을 모았고 출판사에 지원 요청을 하기도 했다. 노력의 결실인지 도서관 내부 공사는 기업에서 지원을 받게 됐고, 책도 2~3주 사이에만 600여권을 모았다. 목표로 했던 5000권에 비하면 부족한 실적이지만 유난했던 올 겨울 추위를 뚫고 모금과 책 모으기 활동을 했던 어린 친구들은 “정말 힘들었는데 뿌듯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고생한 보람을 직접 느끼고 싶다는 의미에서 이들은 지난달 12일 지구촌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거리 모금액과 책 등을 직접 전달했다. 지구촌 학교도 조촐한 전달식을 마련해 이들의 정성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이들은 도서관 내실화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책 모으기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김민영 학생은 “외국인 근로자 가정 아이들이 고국에 돌아가더라도 언어 장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모국어 책을 마련하는게 가장 필요할 것 같다”며 “모금액은 학급에 있는 다양한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모국어 책 마련에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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