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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재벌 딸인데...” 혼인빙자 수억원 뜯어낸 ‘간큰 20대女’
"나는 하버드-뉴욕 의대 수료생" 

명품 옷에 가짜 경호원까지 대동 

받은 돈은 명품, 해외 여행에 `펑펑'

고급 주점 마담으로도 활동


재벌 딸 행세를 하며 남성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 챈 20대 `간 큰' 여성이 붙잡혔다. 

이 여성은 자신을 미국 명문대 의대 수료생이라며 상대 남성들을 속였다. 상대 남성들은 이 여성이 명품 옷을 걸치고, 경호원까지 대동해 나타나는 바람에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22일 재벌 딸 행세를 하며 남성 2명으로부터 혼인을 빙자해 학비 등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권모(29.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2005년 서울에서 만난 부산 출신 남성인 최모(35)씨와 진모(35)씨에게 각각 접근해 자신을 재벌 딸이며 미국 의과대 수료생이라고 소개하고, 부모 도움없이 학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속여 2008년까지 200여차례에 걸쳐 2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낸 혐의다.

경찰은 “권씨가 미국 하버드대와 뉴욕 의대 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의학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둘러대고 학업을 마치면 돈도 돌려주고 결혼도 하겠다며 남성들의 환심을 샀다”고 밝혔다.

경찰은 “권씨가 남성들을 만날 때 명품 옷에다 사설 경호요원까지 대동하고 나타나 실제 재벌 딸인 것처럼 행세하고 세련되고 교양있는 말솜씨로 남성들을 감쪽같이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권씨는 남성들에게서 학비, 생활비, 병원비 명목으로 받은 50만~300만원씩의 돈을 모아 주로 외국여행이나 각종 폐물을 사모으는데 사용했으며,남성들과 만나던 기간 캐나다 3번, 미국 3번, 중국 2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조사됐다.

또 권씨의 실제 학력은 중졸로, 중학교 졸업 후 바로 상경해 보도방 도우미 등 업소생활을 전전하다 현재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며 고급주점 마담 자리까지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권씨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남성 2명은 2008년께 권씨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고 잠적하자 다음해인 2009년 부산 사상경찰서에 권씨를 혼인을 빙자한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당시 권씨를 불러 1차 조사했지만, 권씨가 남성들과의 대질신문을 앞두고 잠적하는 바람에 1년 넘게 조사를 중단했다가 지난 17일 서울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에 권씨가 붙잡히면서 수사를 재개했다. 경은 권씨의 사기행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중이다.

부산=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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