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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니 보좌관-국정원 산업스파이팀 서로 '흠칫' 묵묵부답
지난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에 숙소를 두고 있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10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청와대로 떠난 뒤 신관 1961호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침입한 것은 오전 9시 20분께. 당시 관할 경찰서는 외교통상부로부터 어떠한 경비협조요청을 받은 바 없었다. 이들이 특사단이 머물던 19층 객실까지 이동하는데 어떠한 제지도 없었다. 

그러나 객실에 들어선 이들이 방안을 둘러보는 도중 아크마트 드 로지오(40) 보좌관은 두고 온 물건을 가지러 다시 방을 찾았다. 서로 놀란 이들은 할 말을 잃었고, 침입자들은 방에 있던 노트북 2대 중 1대를 들고 나갔고, 아크마트 보좌관은 호텔 직원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직원은 비상계단에 숨어 있던 이들을 찾아냈고 침입자들은 노트북을 돌려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렇게 도난사건은 묻힐 뻔 했으나, 이날 13시간이 지난 오후 11시15분께 국방부 소속의 인도네시아 주재 무관인 현역 육군 대령이 112로 신고를 해왔다. 남대문경찰서 지령실은 11시 47분 신고를 접수했고, 과학수사팀과 걍력1팀은 12시께 현장에 도착해 피해자 진술을 받고 보좌관 등 2명의 지문과 노트북 지문 등 총 지문 10점을 채취했다. 이 지문은 현재 경찰청 지문감식센터에 의뢰를 해 국립과학수사원으로 놓은 상태다.
 
경찰이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던 17일 새벽 3시 40분께에는 국정원 직원 한 명이 남대문경찰서를 찾았다. 당시 상황실장은 이 직원이 접수된 사건에 대해 물었지만 경찰이 조사 중에 있어 얘기해 줄 수 없다고 했고, 이 직원은 사건이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을 것을 요청하고 10분 정도 머문 뒤 자리를 떴다.

경찰이 사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도난사건의 경우 CCTV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임에도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나서야 호텔측에 CCTV 자료를 요청했고, 현장에 있던 호텔 직원에 대해서는 21일에야 소환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자료 요청이 늦어진 것은 분석자료가 방대하다는 이유를 댔고, 확보한 CCTV 화면은 실내조명이 어둡고 촬영각도로 인해 인상착의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시각으로는 일출시간이 지나 실내가 밝아오고 있었고, 카메라는 피사체의 움직임에 따라 각도가 조절되기 때문에 침입자들의 인상착의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호텔측 관계자의 진술과 배치된다. 

또한 첩보 활동을 벌이면서 감시조를 따로 두는 관행도 무시되고 일거수일투족이 감시카메라에 그대로 노출된 점도 풀리지 않고 있다. 이들이 사용된 카드키도 호텔 마스터키를 이용했거나 방 호수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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