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침입한 3명이 국가정보원 직원이라는 의혹이 설득력을 갖자, ‘최고정보기관’ 직원의 소행으로 보기엔 너무나 아마추어 같았단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이 실제 국정원 직원이라면 국내 정보기관의 수준 낮은 정보수집 능력을 보여준 꼴이라는 비판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21분께 남자 2명, 여자 1명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신관 19층 1961호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들어섰다.
이들의 행보는 고스란히 CCTV에 찍혔다.
이들은 노트북을 만지던 중 두고온 짐 때문에 숙소로 돌아온 특사단 한 명과 마주쳤다. 이들은 들고 있던 노트북 2대 중 한 대를 그에게 건넸고 한 대는 복도로 나갔지만 이내 돌려줬다.
이들은 현장이 들통나고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CCTV로 확인된 이들의 머문 시간은 6분 정도였다.
베일에 싸여 있던 이들의 정체는 정황상 국정원 소속으로 추정된다.
이날 오전 10시에 특사단 대부분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일정이 잡혀 있는 등 대외비인 대통령 일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점과 다른 짐은 놓아둔 채 노트북만 들고갔다는 점이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CCTV에 포착되는가하면 3명이 함께 움직이며 눈길을 끌었다는 점, 그러면서도 객실 밖에 경비를 세우지 않은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흔히 생각하는 ‘쥐도 새도 모르게’ 정보를 빼내오는 스파이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노트북을 노린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최근엔 보안을 위해 노트북에 정보를 저장하기보다는 초소형USB에 정보를 저장해 보관하는 것이 상식이다. 노트북에 정보를 지속적으로 빼내는 악성 소프트웨어인 스파이웨어를 심어 놓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때문에 이들은 ‘정황상’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행보는 ‘잡범’ 같았다는 비판이다. 이로 인해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것은 물론 인도네시아에 T-50 등을 수출하려던 계획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같은 초보적인 실수로 우리 정보기관이 향후 치열한 정보전에서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훈련된 스파이의 소행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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