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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돈 오가는 ‘집무실’의 두 얼굴
건설현장 식당 비리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줄줄이 기소된 전ㆍ현직 경찰 간부들이 금품을 수수한 장소가 대부분 집무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기소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브로커 유상봉(65)씨로부터 18차례에 걸쳐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9차례에 걸쳐 9000만원을 받은 곳은 모두 강 전 청장의 집무실이었다. 18일 8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도 대부분 집무실에서 돈을 건네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2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김병철 전 울산지방경찰청장도 집무실에서 유씨를 만났다.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은 유씨로부터 2500만원을 받았던 3차례의 만남이 모두 청장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강평길 전 여수 해경서장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800만원을 받았던 것도 1번은 청장 접견실에서, 다른 1번은 초도순시차 여수를 방문했을 때 여수 해경서장실에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위직 경찰 공무원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집무실에서 불법적인 돈이 오갔다는 정황이 수사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지만 집무실은 오히려 비밀이 보장되는 장소라는 측면이 있다. 수시로 보고를 받거나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경찰 간부는 근무 시간 중에 자리를 비우기 어렵고, 오히려 찾아온 손님을 집무실로 불러 만나는게 편하고 효율적이다. 또 집무실에서 오가는 얘기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어 공개된 장소보다 비밀이 보장되는 곳이다. 때문에 경찰청장이나 해경청장쯤 되는 고위직 인사가 청사 인근 커피숍으로 나가 브로커를 만나는게 더 어색하다는 것이다.

건설현장 식당 비리와 관련해 연루 의혹이 불거졌던 경찰 출신 인사들은 19일까지 총 4명이 기소됐고, 박기륜 전 경기청 2차장과 배건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장 정도만 남겨놓은 상태다. 최영 강원랜드 사장에 이어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으로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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