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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만 왜?"...연말정산 '봉'된 맞벌이
목동 대림2차 아파트 112㎡형에 사는 김 모(35)씨는 최근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 30만원(월세전환율 7.2%)으로 임대차 재계약을 맺었다. 2년 전 2억1000만원이던 전셋값이 3억원으로 뛰자 집주인이 반전세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기때문이다. 반전세로 돌릴 경우, 순수 전세 대비 연간 60만원 가량을 손해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 씨가 더욱 분통이 터지는 것은 올해 신설된  월세 납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도 전혀 볼 수 없기때문이다. 김 씨는 올해 월세 납부금에 대한 소득공제가 신설됐다는 얘기를 듣고 연말정산 때 신청하려했으나 제도와 현실과의 괴리는 컸다. 막상 공제를 받으려고 하니, 대상자가 무주택 가구주로 연 총급여액이 3000만원 이하여서 아예 대상자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반전세라 불리우는 보증부 월세와 순수 월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 체계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세제의 기본 원칙은 임대차 시장에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특히 올해부터 월세 세입자에 대한 소득공제가 신설됐지만 매월 꼬박꼬박 임대료를 현금으로 내야 하는 세입자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해 반전세와 월세 세입자들의 불만이 점차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큰 문제는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집 주인들은 너도나도 반전세와 월세 임대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지만, 세입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임대 소득은 고스란히 세금을 내지 않는 불로소득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 

물론 현행 법령 하에서도 과세 근거는 있다. 주택 기준시가가 9억원을 초과하거나 1가구 2주택 이상이라면 월세에도 소득세(6~35%)가 부과되며, 올해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한해 전세 소득세도 신설됐다. 전세 보증금의 합계가 3억원을 넘는다면 과세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같은 임대 소득에 대한 소득세 부과는 집주인들이 과세 당국에 자진 신고를 하는 항목이어서, 실제 정확히 신고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일선 세무사들의 분석이다. 그 동안 임대인들은 세무 당국에 월세로 세를 놓으면서도, 이를 전세로 신고해 세금 부과를 면해왔던 것이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컨대 보증금 3000만원에 월 3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면, 전세 3000만원의 임대 물건으로 신고를 해 세부담을 면해 왔다. 이를 시정하려면 과세 당국이 일일이 임대 물건에 대한 점검에 나서 불성실 신고에 따른 가산세를 부과하는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막대한 행정력을 요하는 탓에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매월 꼬박꼬박 월세를 내야 하는 세입자에게 상당한 불만의 소지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월세는 고스란히 없어지는 돈인데, 이를 집주인들이 별다른 과세 없이 소득으로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신설된 월세 소득공제도 맞벌이 부부에게는 요원한 연소 득 3000만원 이하의 장애물이 자리잡고 있다. 한 세무사는 “일각에서는 임대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게 되면 세부담이 임대료에 전가되는 부작용을 지적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게 바람직한 것”이라며“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못하는 점은 추후 월세 세입자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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