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상태로 오래 못 버틴다”
전면전보다 국지도발에 무게
한ㆍ미 양국이 올해 키 리졸브 훈련에서 ‘김정일 유고’ 상황에 본격 대비하기로 한 것은 “현 상태로 북한이 계속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정부당국의 대북 인식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군사훈련의 내용은 정무적 판단이 아닌, 군사적 필요에 의해 전적으로 군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북한이 이렇게 가다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며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의 붕괴가 우리 정부의 목표는 분명 아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대북매체들은 북한의 식량사정이 지난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과 유사한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이 평양시의 면적을 절반으로 줄인 것도 식량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정황 속에서 한ㆍ미 양국이 합동군사훈련에서 변화된 한반도 정세에 맞춰 훈련의 기본 개념과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경제난과 후계세습 과정 등을 고려할 때 한반도 위기는 전면전보다는 북한 내부의 급변사태 또는 국지적 도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 정부도 이같은 입장에서 북한 급변사태 대응 계획인 ‘개념계획 5029’를 거듭 강화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5029에 따른 한ㆍ미 연합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미국측의 거듭된 요구에 대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겪은 후 북한 급변사태와 국지도발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한ㆍ미 양국은 이번 훈련에서 북한 급변사태와 관련한 6가지 유형의 시나리오를 집중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급변사태 유형은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유출 ▷북한의 정권교체 ▷쿠데타 등에 의한 내전 상황 ▷북한내 한국인 인질사태 ▷대규모 주민 탈북사태 ▷대규모 자연재해 등이다. 한ㆍ미는 또 지난해 처음 공개한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연습을 올해 확대,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내달 중순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나면 한ㆍ미 연합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Foal Eagle)이 4월 중순까지 지속된다.
김대우ㆍ양춘병 기자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