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가 18일간의 시민봉기에 의해 한순간 무너진 가운데 무바라크 정권 붕괴 다음 차례는 북한의 김정일 독재체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1일자 최신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 이어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독재자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 5명을 꼽았다. 김 위원장에 이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쿠바의 카스트로 형제,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순으로 꼽혔다. FP는 김일성ㆍ김정일 부자가 63년간 통치하면서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무시무시한(fearsome)’ 나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고, 외국 언론에 대한 접근 및 인터넷 등은 차단돼 있다는 것이다. FP는 또 북한이 비밀에 쌓여있는 나라여서 얼마나 많은 인원이 수용소에 갇혀있는지 모르지만 일각에서는 1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줄 예정이어서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은 더 길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물론 현실적으로 북한에서 이집트처럼 단기간 내 대규모 시위로 정권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집트에서 시작된 아랍권 독재국가들의 민주화 혁명은 북한 당국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현재 북한의 장기독재 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과 식량난 등 경제문제, 외부로부터의 급속한 정보유통 속도다. 오는 16일 70세 생일을 맞는 김 위원장은 2008년 발생한 뇌졸증에 따른 후유증과 수십년간 앓아온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신부전증 등으로 언제 어떻게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2009년 말 화폐개혁 이후 극심해진 식량난으로 주민들에 대한 배급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데다, 최근 군 내부에서도 탈영자가 속출하고 심지어 작업거부 같은 집단 항명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황이 심상찮다.
북한 당국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외부세계의 정보가 북한 주민들에게 갈수록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 당국의 정보통제 시도에도 불구, 이미 남한의 TV드라마나 가요 등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고, 작년 말 천안함 사건 등의 진실을 담은 DVD가 북한 내에 나돌아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군 당국의 단속이 대폭 강화되기도 했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와 무바라크 퇴진 등에 대해서도 북한의 매체들은 계속 함구하고 있다. 이는 30년간 독재를 해 오다 국민들에게 축출당한 무바라크의 사례가 김정은으로의 후계 구축을 진행중인 김정일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안현태ㆍ신수정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