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친이계가 추진 중인 개헌 논의는 벌써부터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아냥 속에 추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개헌 추진세력이 그 어떤 대의명분을 앞세우더라도 개헌을 중심무대에 올릴만한 현실적 여건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2월 국회만 해도 구제역과 전세난, 물가불안, 남북관계 해법 등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다 4월 재보선과 하반기부터는 사실상의 총선ㆍ대선레이스가 본궤도에 오른다. 친이계는 야당에 역제안하는 방식이나 대통령이 추가로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방안 등 앞으로도 개헌불씨 지피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3월부터는 4ㆍ27 재보선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개헌동력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고 개헌의총으로 사실상 개헌논의는 막을 내렸다”며 “앞으로 일을 더 벌이지 말고 민생문제 해결에 집중하는게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국론분열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국책사업의 경우, 논란 끝에 과학비즈니스벨트는 4월, 동남권 신공한은 3월 중 가시적 결과를 낸다는 밑그림은 나와 있지만, 기한 내 입지 선정이 이뤄진다해도 그 이후의 후폭풍이 문제다.
두 사업 모두 ‘대통령의 약속’을 근거로 추진되어 왔으나, 청와대가 사업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이유로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 입지 선정을 과열 경쟁구도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지 선정에 탈락하는 지자체의 박탈감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다.
현재 과학벨트의 경우 청와대는 “4월에 만들어질 과학기술위원회에서 공정하게 입지를 선정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충청권은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역시 청와대는 “국토해양부에 알아보라”고 강변하는 가운데 대구, 경남ㆍ북과 부산은 3월로 예정된 입지발표를 앞두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리두기’로 일관하고 있는 청와대가 당장 국론분열의 새로운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도 낮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구제역, 물가, 전세난 등 현안이 시급한 상황에서 과학벨트나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는 청와대에서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양춘병ㆍ심형준 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사진설명=개헌과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등 각종 현안들이 정치ㆍ사회적 갈등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치권이 원칙을 세우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이를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