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김효석·홍재형…
보편적 복지 기획단 활동
정책조언·증세론에 맞불
당내 계파 지각변동 조짐
민주당의 복지논쟁 불똥이 내부 지각변동으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남ㆍ충청권 관료 출신 의원이 ‘증세 없는 복지론’으로 손학규 대표의 손과 발 역할을 하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당내 복지논쟁은 최근 손 대표의 ‘증세 없는 복지론’과 부유세 신설, 사회복지목적세 도입 등 정동영 최고위원이 주장하는 ‘증세론’으로 반쪽으로 갈렸다. 이런 가운데 관료그룹의 적극적인 행보가 당내 계파 역학구도 변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주로 복지 재원 방안 마련을 위한 당내 기구인 ‘보편적복지재원조달방안기획단’(위원장 이용섭) 소속이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강봉균 의원과 행시와 중앙대 교수 출신의 정책통 김효석 의원이 좌장 격. 두 사람은 최근 손 대표에게 수시로 정책 조언을 하고 있다. 또 기획단의 장병완ㆍ이용섭ㆍ홍재형ㆍ조영택ㆍ최인기ㆍ주승용ㆍ변재일 의원도 증세론에 맞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 당내 손학규계로는 김부겸ㆍ정장선ㆍ우제창ㆍ신학용 의원 같은 경기도권 의원 몇 명이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손 대표의 복지 관련 정책 개발에 호남 출신 관료그룹이 대거 참여하면서 앞으로 호남과 충청을 발판으로 손학규계의 세 확산에 탄력이 붙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박지원ㆍ전병헌 원내 사령탑이 재원 대책도 없이 복지논쟁에 가속도를 내려는 데 대해서도 이들은 크게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관료그룹의 변화 움직임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손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공천권을 쥘 가능성이 높은데다, 대선을 앞두고 아직 당내에서 경쟁자라 불릴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는 관측이다.
호남권 세력 재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에 호남이 정세균ㆍ정동영 최고위원과 박지원 원내대표 세 사람의 맹주 간 경쟁구도였다면, 이제는 호남 손학규계와 비손학규계 간 경쟁구도로 정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손 대표가 최근 희망대장정에서 호남권을 5번이나 방문한 일과도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손 대표 측은 “손 대표의 희망대장정은 대권을 겨냥한 행보가 아니다”고 말했다.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강봉균 의원은 7일 비공개 의총에서 “영수회담은 원내대표의 영역이 아니다”고 박 원내대표를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앞으로 양쪽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심형준 기자/cer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