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추가협상 결과를 담은 서한 교환안을 심의ㆍ의결함에 따라 이제 한미 FTA 비준의 공은 국회로 넘어오게 됐다. 이번 추가협상 서한 교환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에 계류 중인 기존 한미 FTA 비준동의안과 함께 국회 비준을 위한 절차를 밟게 됐다.
하지만 야권이 이번 추가협상 결과를 기존의 협상안에서 대폭 후퇴한 굴욕적인 양보안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비준안 처리과정에서 여야간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남경필ㆍ황우여ㆍ권영세 의원 등 여당내 소장파도 지난해 예산안 강행처리 뒤 더이상 여당 단독의 법안 등 강행처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여당 내 저항도 넘어야 할 벽이다. 여야 합의 등 정치복원에 앞장서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한미 FTA 추가협상안 비준안을 심의해야 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상임위 논의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처리된 추가협상 결과는 돼지고기 중 1개 품목에 대한 우리 나라의 기준세율 25%를 단계적으로 인하한 뒤 2016년 1월1일 관세를 철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승용차에 대한 국내 기준세율 8%를 4%로 인하해 4년 간 적용한 뒤 철폐하도록 일정을 조정하도록 했다. 또 대한민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미국 자동차 한도를 6500대에서 2만5000대로 변경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한미 FTA 재협상안은 물론 원안도 재검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한미FTA 재협상 결과는 일방적인 양보와 주권 포기의 결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매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정부는 우리 산업이 타격을 받은 부분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지, 야당을 비롯해 다른 정치권이 주장하고 있는 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추가 FTA 협정이 국회 통과를 할 수 있으려면 먼저 한나라당과 정부는 자신들의 국적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협상안 심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은 물론 여당이 강행처리를 시도라더라도 야당과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정부와 여당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에서 한국경제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신속한 비준안 처리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설연휴 직전 행한 방송 좌담회에서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관련업계에서도 추가협상안에 찬성하고 있다며 국회의 협조를 촉구했다.
결국 이번 한미FTA 추가협상안의 국무회의 통과로 국회는 또 한가지 난제를 떠안게 됐다. 지난해 정부 여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냉각됐던 여야 관계가 이번 한미 FTA 국회 비준 문제로 다시 한번 충돌할 가능성이 많다. 경우에 따라선 한미FTA 비준안이 정국 경색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면서 2011년 신년 정국이 또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치권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심형준 기자 @cerju2> cerj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