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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제4시장 잃나”…불면의 한국기업
이집트 유혈시위 확산…국내 산업계 영향은
통신차단 현지 상황파악 애로

주재원 귀국·재택근무 조치


22억弗 수출시장 타격 불가피

중동거점 阿 진출플랜 적신호


대체시장 발굴 전략 등

중단기 비상시나리오 가동중


이집트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현지 우리 기업의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직원은 두바이로 대피했고, 삼성전자 카이로 판매지점 직원은 공항에 피신해 귀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중동 제4의 시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집트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22억달러 수출시장에 일대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업은 대체 시장 발굴 전략 등 가능한 중장기 및 단기 비상 시나리오를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급박한 현지, 속속 귀국길=이집트 진출 업체는 현지와 긴밀한 연락망을 가동하고 상황 파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 인터넷과 전화가 끊어져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삼성전자 판매지점 주재원 3명은 현재 공항에서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가족은 이미 모두 철수했으며, 주재원은 현지에서 대사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은 앞서 카이로에 있는 아프리카지역본부를 임시 폐쇄하고 주재원의 경우 중동지역 본부가 있는 두바이로, 가족은 전원 귀국토록 조치했다.

이스말리아에 TV 생산법인을 갖고 있는 LG전자의 한국 주재원 12명은 현재 재택근무 중이다. 가족은 일부 런던 등 유럽으로 이미 피신했다. 현재 LG전자 법인은 물리적인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주재원이 만약의 사태에 촉각을 기울이면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법인은 자체 경비를 강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를 비롯해 OCI상사, 한산실업 등 많은 기업도 직원과 가족의 제3국 또는 본국 대피를 서두르고 있다.

한편 현지 근로자를 30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제조업체 3개사 상황도 좋지 않다. LG전자(TV)는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마이다스(폴리에스터 직물)는 직원이 30% 이상 출근하지 못하고 있어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이다. 카이로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수브라 엘 카이마에 위치한 동일방직(원사 제조)도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중동 제4시장 폐쇄 우려감
=시위가 확산되면서 우리 기업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에서 네 번째로 큰 시장인 이집트 수출시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친미 성향의 현 무바라크 대통령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인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이집트는 지난해 총 1650개사가 자동차부품, 합성수지, 건설중장비, 변압기, 타이어, 축전지, 의약품 등을 22억4000만달러 수출한 주요 수출시장이다.

특히 중동시장은 아프리카 공략의 교두보라는 점에서 그만큼 국내 업계의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집트에 아프리카지역본부가 있는 현대차그룹은 아프리카 공략에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해 아프리카에 현대차는 14만5000여대, 기아차는 8만1000여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프리카 지역은 새 전략지역으로 떠오르는 곳인데, 이집트 사태가 발생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진정되는 상황을 보면서 다시 지역본부를 가동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올해 이집트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재 이집트 사태로 관공서가 문을 닫은 상태여서 수입품 통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신 차단으로 바이어와의 교신도 원활치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어로부터 주문 접수 후 제품을 생산했거나 원부자재를 구입한 중소 수출기업의 금전적 피해도 우려된다.

KOTRA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우선적으로 바이어와의 연락망 확보에 주력해야 하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고려한 대체 시장 발굴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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