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무상복지 공방이 ‘2라운드’를 맞고 있다. 민주당의 무상보육ㆍ무상의료 등에서 촉발된 1라운드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 여부 공방이었다면, 2라운드는 각당이 내놓은 복지정책의 내실 다지기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와 상대방 공격 차단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복지정책이 차기 총선과 대선의 핫이슈로 떠오른 만큼 정책을 가다듬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은 21일 국회에서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은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면서 재정을 해치지 않는 ‘지속가능 복지’ 개념을 동원해 민주당 무상복지 정책의 허구성을 밝히고, 당이 내놓을 선택적 복지정책의 내용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규식 연세대(보건행정학) 교수는 “민주당 안을 따를 경우 건강보험의 미래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불합리한 논쟁에 휘말릴 필요가 없고, 지속가능한 건보제도의 개혁방안이라는 큰 틀을 제시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진권 아주대(경제학) 교수는 “정치인이 사적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개발한 정책이 국가에 해가 될 때, 해당 정책을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민주당의 무상복지는 현 제도 아래에서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 정부재정을 급격히 악화시킬 정도의 파격적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무상복지→증세→세금폭탄’이란 논리다.
반면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과 민생정치모임은 이날 국회에서 ‘이건희 회장은 손자의 무상급식에 대해 화를 낼까’ 토론회를 갖고 여권의 공세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천 최고위원은 “보편적 복지의 핵심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라며 “조세, 재정 운영체제를 바로 잡아 조세 정의와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로 ▷불필요한 예산 삭감 등 재정지출구조 변화 ▷부자감세 철폐와 조세포탈 차단 등 재정수입구조 변화 ▷직접세 비율 확대와 종합소득세 누진율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여야의 복지 논쟁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인 복지문제를 단순한 정치적 공방 수준이 아니라 합리적 토론의 장으로 끌어올 경우 궁극적으로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동석 기자 @super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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