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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꽁꽁 언 한반도에 평화 훈풍?…해빙무드까진 ‘산넘어 산’
北 전격제의…우리측 수용배경과 전망
갈등 깊어 섣부른 낙관 금물

연평도 사과땐 대화 급물살

“NLL탓” 책임 회피 가능성

“中 감안 판 못깰것” 전망도


우리 정부가 북한의 고위급 군사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로 살얼음판을 걸어온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도발에 대한 북의 사과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 북 비핵화 문제 등 골이 너무 깊어 섣부른 화해국면 전환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다.

통일부와 국방부ㆍ외교부 등 정부 관련 부처는 21일 북한이 전일 제안한 고위급 군사회담 및 우리 정부가 비핵화 회담 역제의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정부 관계자는 “고위 군사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의 일자와 장소ㆍ의제 등에 대해 우리 측 입장을 먼저 확정하고, 북한에 이를 알리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낼 예정”이라며 “비핵화 회담은 먼저 군사회담 예비회담을 통해 북한의 진정성 등을 확인한 후 구체적인 제안이 다시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제안한 고위 국방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이 국방장관 회담은 물론 비핵화회담, 나아가 6자회담의 가늠자가 될 북한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의 이런 신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는 20일 미ㆍ중 정상회담 직후 남북의 발빠른 대화 방침이 한반도 정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도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달 초 북한의 대화 제의는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처럼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날 제안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을 직접 거론하고, 제안 방법이나 주체에서도 격식을 지키는 등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연평도 포격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사과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천안함 사건에 대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도로 언급할 수도 있다”며 “우리가 역제안할 비핵화회담에 대해서도 북한은 6자회담 등을 통해 절충점을 찾아가겠다는 정도로 유연하게 나올 것 같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걸림돌도 적지 않다. 일부에선 국방장관 회담을 위한 예비회담도 일정 수준 진전을 보이기에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북한이 지금까지 서해북방한계선(NLL)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무력화 시도를 계속해온 만큼 연평도와 천안함 사태 역시 NLL 탓으로 돌리며 오히려 남 측에 분쟁의 책임을 돌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이들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쉽게 잘못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004년 6월 장성급회담에서 도출된 서해상의 우발적 충돌 방지 합의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했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합의를 거론하면서 NLL로 초점을 돌리려 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남북대화도 결국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고, 6자회담 재개도 한동안 소강 상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런 극단적 파국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다.

양 교수는 “미ㆍ중 정상회담 직후 이번 제안을 내놨다는 점에서 중국과 사전에 협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남북대화를 강조한 만큼 이번 고위급 군사회담을 계기로 양쪽 모두 쉽게 판을 깨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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